결국 '한국이 일부러 일본을 피했다'는 오해의 빌미를 제공한 사람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축구대표팀은 31일 새벽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2023 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다. 한국은 조별리그 1승2무의 성적으로 E조 2위를 차지했다.
한 수 아래로 봤던 FIFA 랭킹 130위 말레이시아전에서 한국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을 너무나 잘 아는 김판곤 감독의 전술대응에 클린스만은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21분 정우영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내리 두 골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1-2로 뒤진 후반 37분 패배위기서 이강인이 한국을 살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찬 슈팅이 그림 같은 궤적을 그리면서 골망을 갈랐다. 한국이 2-2를 만들며 패배위기서 벗어났다.
후반 49분 손흥민의 페널티킥이 터졌을 때 한국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습에 당한 한국은 후반 60분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때 클린스만은 정말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이길 경기를 못 이겼다는 쓴웃음이 아니라 마치 재밌게 경기를 즐기는 제3자와 같은 해맑은 미소였다. 결국 이 모습이 오해를 낳았다.
인도신문 ‘스포츠스타’는 “클린스만 감독은 말레이시아가 추가시간 15분에 동점골을 넣자 미소를 지었다. 한국이 일본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국은 16강에서 만치니의 사우디, 8강에서 잠재적으로 호주를 상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한국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신이 보기에 설마 손흥민을 보유한 한국이 베스트11이 출격하고 이 정도 경기력 밖에 못 나왔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이 일본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골을 먹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었다.
클린스만이 기자회견장에서 “흥미진진한 경기였다”고 답한 것이 일본 기피설에 대한 오해를 더 키웠다. 자기가 감독을 하는 팀이 아쉽게 승리를 놓쳤는데 상식적으로 나오기 어려운 답이었다.
한 외신기자가 ‘한국이 일본을 피한 것이 맞나?’라고 클린스만에게 질문했다. 클린스만은 “16강에서 누구를 만나든 이겨야 한다. 즐겁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 사우디와도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쉬운 팀은 없다”며 일본을 피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외신이 오해를 할 정도로 조별리그 한국의 경기력이 기대이하였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한국은 옐로카드 8장을 안고 토너먼트에 임한다. 이제 패하면 끝이다.
클린스만은 한국 취재진들에게 "결승전까지 자는 호텔을 빨리 예약하라"고 농담을 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