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신태용·손흥민' 모두 한마음 한뜻..."악플보단 응원을 보내주시길"[오!쎈 도하]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01.28 11: 41

전 사령탑부터 현 사령탑, 그리고 주장까지. 모두가 입을 모아 부탁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E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본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한국이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 2무, 승점 5점을 기록하며 바레인(승점 6)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왼쪽부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신태용 감독, 손흥민.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비기며 조 2위로 16강행을 확정했다.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을 치러 3-3 무승부를 거뒀다.대한민국 선수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01.25 / jpnews.osen.co.kr

졸전에 졸전이 이어졌다. 한국은 1차전에서 바레인을 3-1로 꺾으며 출발했지만, 요르단전(2-2)과 말레이시아전(3-3)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로 요르단과 힘겹게 비겼고, 말레이시아에도 3골이나 내주며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자존심에 제대로 금이 갔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려 6골을 얻어맞았다. 이는 한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다 실점 신기록. 게다가 상대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6위 바레인, 87위 요르단, 130위 말레이시아였다. FIFA 랭킹 23위로 우승 후보를 자신하던 팀에 걸맞은 모습은 절대 아니었다.
당연히 여론도 최악 수준이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부임한 이래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초반 5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며 늦게 시동을 걸었고, 사우디-튀니지-베트남-싱가포르-중국-이라크를 상대로 6연승을 달리면서도 경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이번 대회 들어서는 더 심각하다. 전체적으로 부진이 이어지면서 도를 넘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조규성을 시작으로 이기제와 설영우 등 몇몇 선수들을 향해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중이다.
다행히 조규성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담담히 넘겼지만, 과연 선수들 경기력이 전혀 악영향을 받지 않을진 의문이다. 팬들의 불만과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미 대회는 한창 진행 중이고 주사위는 던져진 지 오래다. 이번 대회 동안만이라도 분노를 조금은 참는 게 어떨까 싶은 이유다.
주장 손흥민도 작심발언을 내놨다. 그는 말레이시아전이 끝난 뒤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라면서도 "선수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한다.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많은 팬분들도 소셜미디어에서 선 넘는 발언을 하신다. 안타깝다. 가족이 있고, 동료, 친구가 있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우리도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선수들도 만족감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수들을 아껴주셨으면 한다.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27일 훈련이 시작되기 전 취재진과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부정적인 이야기와 질타도 이해한다. 하지만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그때 감독의 전술이나 포메이션, 선택이 잘못됐다고 질타해도 늦지 않다"라며 "일단 대회 기간에는 더 긍정적으로 우리와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 주장 손흥민의 발언에도 공감한다"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024.01.27 / jpnews.osen.co.kr
과거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까지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27일 호주와 16강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론의 비판은) 심리적으로 상당히 압박된다. 선수들이나 감독은 매일 인터넷에서 어떤 말이 있나 체크하기 마련이다. 나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열심히 했지만,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행복하게 마무리했다"라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실망스럽더라도 '악플'보단 응원이 필요할 때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국이 어렵게 예선을 치르고 있다.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선수들을 믿고, 악플보다는 응원을 많이 보내주시길 바란다. 결과가 나온 뒤에는 악플을 달더라도 지금은 응원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 클린스만 감독님과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럴 때 더 편하게 경기하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분노한 여론을 잠재울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과 선수들이 실전에서 증명해야 한다. 그가 말한 대로 토너먼트에선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이나 다름없다. 클린스만호가 결승전에 걸맞은 멋진 모습으로 팬들을 설득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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