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빨리 결승까지 연장하길 바란다. 우린 결승까지 있을 것."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호언장담을 남겼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회복 및 사우디아라비아전 대비 훈련에 돌입했다.
한국은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E조 2위로 마무리했다. 3경기에서 1승 2무, 승점 5점을 기록하며 바레인(승점 6)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우여곡절 끝에 16강에 오른 한국은 31일 오전 1시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와 맞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사우디는 56위에 올라 있다.
훈련 전 만난 클린스만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웃으며 나타난 그는 "어제 우리 경기와 사우디 경기를 분석했다. 지난해 9월 만나 승리한 좋은 기억이 있다. 사우디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우리도 나름대로 준비를 시작했다.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취재진 사이에선 숙소 연장도 중요한 문제다. 일단 8강까지만 예약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숙소를 찾아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조별리그 경기를 본 뒤 과연 결승까지 숙소를 연장하는 게 맞을까라는 의심이 퍼지기 시작했다. 냉정히 말해서 클린스만호가 지난 3경기 동안 보여준 경기력은 우승 후보라고 부르긴 힘들기 때문.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숙소를 빨리 연장하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빨리 결승까지 연장하면 될 것 같다. 어차피 내 목표는 결승까지 있는 것이다. 우린 결승까지 있을 것이다. 여러분들도 빨리 예약하길 바란다. 이제부턴 자신감"이라며 "우승하기 위해 여기에 왔고, 목표는 뚜렷하다. 여러분도 같이 믿어주시고 끝까지 함께하자"라고 힘줘 말했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호언장담이 근거 있는 자신감인지 뚜렷한 대책 없는 자만감인지 알 수 없다는 것. 지금까진 그에게 무언가를 질문해도 언제나 원론적인 답변과 낙관적인 전망만 돌아왔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앞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집중 견제당한다는 지적에도 "워낙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이날 실점이 많다는 지적에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알맹이 없는 답변만 내놨다. "지난 경기 3실점 중 2실점은 하지 말았어야 할 실점이다. 심판 판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절대 페널티킥이 아니었다"라며 항변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요르단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충분히 갖고 있지만, 자만하진 않는다. 자신감과 자만감은 다르다. 자만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대로 자신감과 자만감은 비슷해 보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의 호언장담은 둘 중 무엇일까. 결국엔 경기장 위에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대부분의 취재진들은 8강 이후는 나중에 생각하자는 의견이다. 사우디와 16강 맞대결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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