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우디 경기는 한국이 6대4로 유리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오는 28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 맞대결을 펼친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16강에 진출하며 역사를 썼다. 마지막 F조 경기에서 오만이 키르기스스탄과 1-1로 비기면서 승점 2점에 머물렀기 때문.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는 승점 3점으로 6개의 각 조 3위 팀 중 4번째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16강행 막차에 탑승했다.
'기적'을 쓴 신태용 감독은 호주전을 하루 앞둔 27일 도하 메인 미디어 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내일 경기는 우리에게 절대 쉬운 경기가 아니다. 호주는 좋은 팀이고 피지컬과 파워면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다. 힘든 경기가 되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즐거운 패기로 싸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신태용 감독은 "26명과 함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6명에서 18명 정도로 로테이션을 돌리고 있다. 모든 팀들이 그렇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선수가 선발로 나가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16강 상대는 우승 후보 중 하나인 호주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신태용 감독은 "호주와 16강에서 붙게 됐다. 매번 기적이 오면 행복하겠지만, 쉽지 않은 경기다. 그럼에도 공은 둥글다. 언제나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선수들에게 절대 포기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주문했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호주전 전술에 관한 질문엔 "전술을 미리 공개하는 건 내 패를 미리 까는 거다. 미리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호주가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는지는 앞선 경기를 봤다. 난 호주 축구를 몸소 체험해보기도 했다. 그런 부분을 잘 활용해서 어떻게 공략할지 생각하고 있다. 미안하지만, 전술은 미리 공개해줄 수 없다"라고 답했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호주를 꺾고 8강에 오른다면 한국-사우디아라비아 중 승자와 만난다. 조국과 맞대결도 가능한 상황. 신태용 감독은 "내게는 상당한 동기부여가 된다. 우리가 호주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30% 정도라고 본다. 한국이 사우디를 이길 확률은 60% 정도가 된다고 본다. 우리보다는 한국이 훨씬 편안하게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8강에서 한국과 멋진 경기를 펼치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이 생각하는 호주의 약점은 무엇일까. 그는 "호주는 워낙 신체 조건이 있고, 힘이 좋은 팀이다. 지금으로선 특별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러나 경기 중에는 항상 움직이면서 여러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상대에게 구멍을 내는 게 선수들과 내가 할 몫이다. 계속 생각하고 있고,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호주 축구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선수로서 퀸즐랜드 로어에 입단했고, 몇 년간 코치로도 활동했다. 그는 "난 호주 A리그 창단 멤버다. 이젠 브리즈번 로어지만, 그땐 퀸즐랜드 로어였다. 그때 선수로 뛰었고, 몇 년 살면서 호주 축구를 많이 경험했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색깔은 알고 있다. 다만 감독이 갖고 있는 색깔이나 철학은 다 다르다"라고 전했다.
또한 신태용 감독은 "호주 축구는 내가 처음 경험했을 때보다 더 디테일하고 세련되게 바뀌었다고 칭찬하고 싶다. 그렇지만 분명 구멍은 있다. 우리도 호주보다 부족하긴 하지만, 구멍을 잘 찾아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일단 내가 갔을 때보단 호주 축구가 훨씬 더 강해졌다고 인정한다"라고 칭찬했다.
한 호주 기자가 호주도 동남아 축구에 편입되어 AFF컵에 참가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신태용 감독은 "순수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호주는 동남아 축구에 들어오면 안 된다. 한 단계 더 위에 있는 팀이다. 호주는 한국, 일본, 이란, 이라크, 사우디와 경쟁하면서 아시아 축구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AFF 팀들은 한 단계 한 단계 많이 성장하고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맞춰서 더불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신태용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향한 응원을 부탁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은) 심리적으로 상당히 압박된다. 선수들이나 감독은 매일 인터넷에서 어떤 말이 있나 체크하기 마련이다. 나도 러시아 월드컵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열심히 했지만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너무나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그래서 훨씬 편하게 인도네시아 축구를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어렵게 예선을 치르고 있다.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선수들을 믿고 악플보다는 응원을 많이 보내주시길 바란다. 경기 결과가 나온 뒤에는 악플을 달더라도 지금은 응원을 많이 해주시길 바란다. 클린스만 감독님과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경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겠다. 내 경험으로 보면 그렇게 응원해 줄 때 더 편하게 경기하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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