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54)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흔들리고 있는 클린스만호를 향해 응원을 보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인도네시아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인도네시아는 각 조 3위를 차지한 6팀 중에서 4번째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16강행 막차에 탑승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D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에 1-3으로 패하며 탈락 위기에 처했다. 조별리그 최종 성적은 3경기 1승 2패, 승점 3점(득실 -2). 이미 A조 3위 중국(승점 2)은 제친 만큼, 남은 E조 3위나 F조 3위 중 한 팀이 미끄러지기만을 기도해야 했다.
한 외신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이를 '기적'이라고 칭하며 가능하다고 믿는지 질문했다. 신태용 감독은 "내가 어떻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하늘의 뜻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하늘은 신태용 감독의 편이었다. 26일 열린 대회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오만이 키르기스스탄과 1-1로 비기면서 승점 2점에 머물렀다. 오만은 전반 8분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35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를 거뒀다.
그 덕분에 인도네시아가 극적으로 16강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만약 오만이 키르기스스탄을 꺾었다면 승점 4점으로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이 발목을 잡아준 덕분에 인도네시아만 웃게 됐다.
신태용 감독도 살 떨리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연합뉴스'를 통해 "너무나 간절하게 오만 경기를 봤다. 얼마 전에 키르기스스탄이 오만을 1-0으로 이긴 만큼, 무승부가 나올 확률이 5대 5 정도 된다고 봤다"라며 "1-1이 되고 나서부터는 내가 한국 감독을 할 때보다 더 긴장하고 본 것 같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제 인도네시아는 사상 첫 16강에 만족하지 않고 사상 첫 8강까지 도전한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8일 오후 8시 30분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맞붙는다. 만약 호주를 꺾고 올라온다면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기의 승자와 만난다. 한국과 맞대결도 가능한 셈.
신태용 감독도 한국과 한판 승부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솔직히 8강에 올라가고 싶다. 우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고 한국(23위)과 호주(25)는 20위권 팀이다. 월등한 팀이다. 바위에 계란 치기가 쉽진 않겠지만, 토너먼트고 공은 둥글다. 실수 하나로 좌우될 수 있다. 우리도 한국도 좋은 결과를 내면서 8강에서 한국과 멋진 승부를 펼치고 싶다. 그게 내 시나리오"라고 기대를 걸었다.
끝으로 신태용 감독은 옛 제자들이 여럿 있는 한국 대표팀을 격려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아시안컵 16강 조별예선을 걱정하는 팀이 아니다. 토너먼트에 초점을 맞추는 팀이다. 이제 시작"이라며 "더 집중하고 잘 준비하길 바란다. 잘해서 올라가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한국은 오는 31일 오전 1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와 16강 맞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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