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우승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서 있는 이유가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1승 2무, 승점 5점을 기록하면서 E조 2위로 16강에 올라갔다. 16강 상대는 F조 1위 사우디아라비아로 31일 오전 1시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만약 사우디를 꺾고 올라간다면 호주-인도네시아 중 승자와 8강에서 만나게 된다.
패배는 면했지만, 부끄러운 경기력이었다. '우승 후보'를 자신하던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계단이 넘게 차이나는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쩔쩔 맸다. 예상치 못한 거센 압박에 고전했고, 날카로운 역습에 휘청이며 3골이나 실점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던 팀이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종아리 부상으로 빠져 있던 김진수(32, 전북)가 돌아온 것. 그는 후반 30분 설영우 대신 교체 투입되면서 이번 대회 처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경기 후 김진수는 "첫 번째로 통증이 없어서 다행이다. 경기를 몇 분을 뛸 거란 얘기는 없었지만, 오늘 출전하면서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이기제가 햄스트링 문제로 이탈한 상황에서 든든한 베테랑 김진수의 복귀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설영우가 좌우를 오가며 분전하긴 했으나 김진수가 생각나는 장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김진수는 "지금 측면 수비수가 필요하다, 나를 포함한 선수들이 다 필요하다고 많이 이야기하신다고 알고 있다. 그것보다는 기제 형이 다친 게 가장 큰 문제다. 나 역시 부상이 있었고, 기제 형이든 누구든 경기를 나가면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앞으로 잘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며 좋은 활약을 다짐했다.
몸 상태는 어떨까. 김진수는 "당연히 오래 쉬었기 때문에 이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뛰면서 통증은 없었다. 아직 젊다고 생각해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음 경기 선발 여부는 감독님의 선택이다. 영우가 먼저 왼쪽에 들어가든 내가 먼저 뛰든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젠 토너먼트다. 패배는 곧 탈락. 김진수는 "경기력이나 경기 내용 등 모든 게 중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 이제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를 얻어야 한다. 2019 아시안컵에서도 경기를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골을 내줘서 8강 탈락했다. 이젠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기대받았으나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비기며 흔들리고 있다. 베테랑 김진수는 "운동장에서 후배들이 볼 때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다. 당연히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건 잘 알고 있다. 2019년에도 2015년 대회 때도 그랬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이어 김진수는 "항상 우승 후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하지만 경기가 끝날 때마다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시는 걸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그게 선수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만 해주시면 좋겠다. 매 경기 치를 때마다 지금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라며 지나친 비판은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끝으로 김진수는 "당연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서 있는 이유가 없다. 우리 팀이 걱정하시는 것보단 강하다. 많은 분들께서 걱정해 주시는 게 약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나 훈련했는지를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 선수들이 100% 이상을 하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때도 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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