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자신" 싱글벙글 웃던 클린스만→뚜껑 열어보니 '동네북'... 韓 역사상 조별리그 최다 실점 '굴욕'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4.01.26 09: 17

한국을 만났다 하면 득점이 없던 팀도 골을 뽑아냈다.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진 클린스만호다. 
한국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을 치러 3-3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 막판 통한의 동점골을 헌납하며 다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이날 한국에선 정우영, 손흥민(페널티킥 득점)이 득점을 기록했다. 한 골은 이강인의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 자책골로 연결됐다.

경기종료 후 손흥민과 이강인이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2024.01.25 / jpnews.osen.co.kr

대회 전 조별리그 3승이 목표였던 국제축구연맹(FIFA) 23위 한국은 근사치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2승도 못 올린 것. 1차전 바레인(86위)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뒀을 뿐 요르단(87위)과 2차전(2-2), 말레이시아(130위)와 3차전은 모두 비겼다. 
25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알 와크라에 위치한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가 열렸다.전반 선제골 넣은 정우영이 김태환과 하이파이브하며 미소 짓고 있다.  2024.01.25 / jpnews.osen.co.kr
말레이시아전 한국의 출발은 좋았다. 전반 21분 만에 '아시안게임 득점왕' 정우영이 이강인이 올려준 코너킥 찬스에서 헤더골을 작렬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7분 동점을 허용했다. 안일한 수비가 빌미였다. 황인범이 한국 진영에서 볼을 빼앗기고 말았다. 최종적으로 공은 파이살 할림의 발에 걸렸고, 그는 김민재의 수비를 무력화시킨 뒤 반대편 골대를 보고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설상가상 한국은 후반 17분 페널티킥 실점으로 역전을 내줬다. 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와 공중 볼 경합을 하던 설영우는 발을 들어 상대 발목을 쳤다. 주심은 온필드 리뷰 끝에 찍었고, 키커로 나선 아리프 아이만 하나피가 득점에 성공했다. 
다시 한국이 경기 균형을 맞췄다. 해결사는 이강인. 그는 후반 37분 먼거리 프리킥 키커로 나서 오른쪽 골문 구석으로 날카롭게 슈팅을 날려 골망을 갈랐다. 골키퍼가 손을 뻗었지만 워낙 강하게 날아가는 공을 완벽히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AFC는 이를 이강인의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고 말레이시아 골키퍼의 자책골로 기록했다.
한국은 기어코 앞서가는 골을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오현규가 왼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받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 2명의 도 넘는 수비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주장'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득점을 올렸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14분 로멜 모랄레스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후반 막판 말레이시아 모랄레스가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24.01.25 / jpnews.osen.co.kr
16강 진출 지장은 없다. 한국은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한 바레인에 이어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오는 31일 오전 1시 사우디아라비아와 8강행 티켓을 놓고 다툰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6실점했다. 이는 한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다 실점이다. 이 경기 전까지 한국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다 실점은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5실점이었다.
객관적 전력을 기준으로 비등한 팀에 한국이 골을 내준 것이 아니다. 약체로 평가되는 팀에 조별리그 3경기 연속 실점해 불명예 기록을 떠안았다. 심지어 이날 3골이나 내준 말레이시아의 FIFA 랭킹은 130위다. 무려 107계단 차이가 나지만 한국은 승점 3점을 모두 챙기지 못했다. 굴욕의 무승부이며, 사실상 ‘판정패’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이 2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2024.01.24 / jpnews.osen.co.kr
한국은 가히 동네북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6일 요르단과 1차전에서 0-4로 대패한 데 이어 20일 바레인에도 0-1로 졌다. 한국을 만나기 전까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2패를 한 말레이시아는 이미 한국을 만나기 전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클린스만호와 최종 3차전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가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있던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한국은 3골을 내주며 비겼다. 바레인과 요르단도 각각 한국을 상대로 1골, 2골씩 뽑아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전 “우승을 자신한다”라고 웃으며 큰소리 쳤다. 여러 번 강조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은 ‘동네북’이었다.
/jinju21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