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숙제를 끝냈다고 했지만, 숙제 내용을 살펴보니 엉망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열린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와 3-3으로 비겼다. 한국은 FIFA 랭킹 23위, 말레이시아는 130위다.
이로써 한국은 1승 2무, 승점 5점을 기록하면서 E조 2위로 16강에 올라갔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우승 후보'라고 당당하게 외치며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렸던 한국은 FIFA 랭킹 100계단 넘게 차이나는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시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조규성-손흥민이 최전방에 자리했고 정우영-황인범-이재성-이강인이 중원에 섰다. 설영우-김영권-김민재-김태환이 포백을 꾸렸고 골키퍼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다.
지난 경기와 2~3자리 바뀐 라인업이지만, 최정예로 선발 라인업을 꾸린 한국이다. 이미 16강을 확정 지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차전 요르단(2-2 무)과 경기를 만회하고자 했고 조 1위 16강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한국의 답답한 경기력은 여전했다.
지난 1차전 바레인과 경기 황인범, 이강인의 골로 승리하긴 했지만, 실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뒤이어 치른 요르단전, 요르단이 뒷문을 잘 지켜내자 좀처럼 뚫지 못했다. 요르단의 공격에 쉽게 흔들리기만 했다.
말레이시아전은 더 심각했다.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 '파리 생제르맹(PSG) 주전' 이강인으로 구성된 공격은 무뎠고 수비는 말레이시아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바이에른 뮌헨 주전 수비수 김민재만 고군분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이번 대회에서 애용하는 4-4-2 포메이션 대신 4-3-3, 혹은 4-1-4-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본격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10월 베트남과 경기(6-0 승)였다. 이후 치른 싱가포르전 다시 4-1-4-1 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11월 치른 중국전(3-0 승)엔 다시 4-4-2로 나섰다.
지난해 12월 28일 명단 발표식에 나섰던 클린스만 감독은 조별리그 세 팀의 분석 정도에 관해 묻자 "조별 예선에서 만날 세 팀 분석은 지속해서 해왔다.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세 팀의 경기를 현장에서 스카우터를 파견해 정보를 수집했고 지금도 보고 있다"라며 분석 과정을 알렸다.
이어 그는 "후반기로 갈수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렸고 좋은 결과도 냈다. 팀으로서도 원하는 축구, 빠른 템포의 경기를 보여드린 것 같다"라며 전술 변화 후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 "가장 중요한 조별리그 세 팀에 대한 숙제는 어는 정도 끝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떤 팀인지 파악했다. 더 지켜보면서 분석을 이어가야 하지만, 이 세 팀에 대한 숙제는 끝이 났다"라며 분석을 마무리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4-4-2 포메이션으로의 변경 이유를 '조별리그 세 팀 분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끝이 났다던 숙제, 하나 하나 살펴보자 엉망이었다.
이번 경기는 토너먼트로 향하기 전 치른 마지막 경기였다. 본격적인 '단두대 매치'로 향하기 전 향상된 경기력, 골 결정력을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호는 3경기에서 무려 6실점을 내주면서 3경기 모두 합격점과 거리가 먼 결과를 냈다.
클린스만 감독이 말했던 '끝이 난 숙제'는 내용이 모두 엉망이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