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26, 미트윌란)이 카타르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의 알 자눕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2023 AFC아시안컵 E조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한다.
1차전서 바레인을 3-1로 이긴 한국은 2차전서 요르단과 고전 끝에 2-2로 비겼다. 요르단(1승1무, +4)에 조 선두를 내준 한국(1승1무, +2)은 말레이시아를 대파할 경우 조 선두로 16강에 올라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2차전 고전의 원인 중 하나로 조규성의 부진이 지목됐다. 조규성이 문전 앞에서 완벽한 슛 찬스를 두 번이나 날렸다. 손흥민과 투톱으로 나선 조규성이 장점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3차전에서 조규성을 빼고 손흥민 원톱카드를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후 조규성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팔로워 수가 222만 명에 달하는 조규성의 SNS가 욕설과 비난으로 도배가 됐다. “머리 기르기 전에 실력부터 길러라”, “예능출연할 시간에 훈련이나 더 해라”, “진짜 못하는데 그만 나와라”, “대학생 선수보다도 못하다”, “엄청난 슈팅 잘봤다. 방송인이 더 어울린다”며 축구와 관계없는 비난까지 폭주하고 있다.
최근 조규성은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2주에 걸쳐 덴마크 생활을 공개했다. 두 번째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조규성이 경기서 부진했기에 그의 부진 원인을 방송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방송에서 보여준 조규성의 모습은 오히려 타국에서 운동밖에 모르는 철저한 자기관리자였다. 조규성은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영양제부터 철저하게 챙겨먹었다. 해가 짧은 덴마크의 영하 날씨에서도 주 1-2회 호수에서 동료들과 아침수영을 하고 사우나를 하면서 피로회복을 했다.
혼자 살면서 주변에서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조규성은 오직 축구만 생각했다. 식단관리를 위해 집에서 직접 음식을 해먹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한식이 그리웠던 조규성은 누나가 적어준 레시피대로 미역국과 제육볶음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면서 김치 등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은 먹지 않았다.
경기 날 조규성은 아침 먹고 취침하고 점심 먹고 또 취침했다. 경기시작 네 시간을 앞둔 오후 3시에 완전히 기상해서 경기를 준비했다. 그는 “최대한 에너지를 아꼈다가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조규성은 미트윌란 동료 및 코칭스태프들과도 잘 어울렸다. 외로운 해외생활에 잘 적응한 이유였다. 오히려 방송만 보면 조규성이 얼마나 축구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내용도 많았다.
방송에서 조규성이 12월 5일 비보리를 상대로 시즌 첫 멀티골을 터트리며 환호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조규성이 페널티킥을 넣어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냈다. 철저한 준비는 시즌 첫 멀티골로 이어졌다. 그는 경기 후 기다려준 팬들에게 친절하게 팬서비스까지 베푼 뒤에 귀가했다.
조규성의 축구인생은 불과 1년 전인 2022년 12월 카타르에서 완전히 바뀌었다. 그 전까지 황의조에게 밀려 후보였던 그가 가나전에서 선발로 출격해 단숨에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이후 세계적인 스타로 급부상한 그는 유럽리그 진출의 꿈까지 이뤘다. 포르투갈전에서 그는 호날두와 말싸움을 하면서 국민들의 한맺힌 가슴을 뻥 뚫어줬다.
그랬던 국민영웅이 요르단전 한 경기 부진으로 이제 역적취급을 당하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아무리 부진해도 나라를 대표해서 뛰는 선수인데 너무하다”, “악플 단 사람들은 살면서 실수 단 한 번도 안했냐?”, “축구선수에게 연예대상을 노리라니 선을 넘었다” 등으로 조규성을 감싸는 응원 댓글도 많은 상황이다.
결국 조규성이 모든 비난을 잠재우려면 골로 답하는 수밖에 없다. 3차전을 앞둔 조규성은 “골을 넣어야죠”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