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아시안컵 16강에서 펼쳐지는 '운명의 한일전'. 현실이 되기까지 딱 한 걸음만 남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와 맞붙는다.
현재 한국은 승점 4점(1승 1무, 득실 +2)으로 조 2위다. 반면 조 최하위 말레이시아는 승점 0점(2패, 득실 -5)으로 탈락이 확정됐다. 조 1위는 승점 4점(1승 1무, 득실 +4)을 기록 중인 요르단, 조 3위는 승점 3점(1승 1패, 득실 -1)인 바레인이다.
일단 한국은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D조 3위 인도네시아가 24일 일본에 1-3으로 패하면서 승점 3점으로 조별리그를 마쳤기 때문. 이제 한국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아무리 큰 점수 차로 패해도 A조 3위 중국(승점 2)과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각 조 3위 6개 팀 중 상위 4팀까지 주어지는 와일드 카드 자격을 얻는다.
한국은 조 1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클린스만호가 3골 차 이상 대승을 거두거나 요르단이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하면 1위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은 최약체 말레이시아를 상대하고, 요르단은 전력이 비슷한 바레인을 만나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 한국이 E조 1위를 차지하기만 하면 16강에서 일본과 만나게 된다. 지난 2011년 이후 13년 만의 한일전이 성사되는 셈. 동시에 대회 최초의 16강 한일전이라는 새로운 역사도 탄생한다.
가장 최근 아시안컵 맞대결은 지난 2011년 1월 25일이다. 공교롭게도 그때도 무대는 카타르(알가라파 경기장)였다. 당시 한국은 4강에서 일본과 만났지만, 승부차기(0-3) 끝에 패하고 말았다. 박지성의 센추리 클럽 가입 경기이자 대표팀 은퇴 경기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이 아시안컵에서 만난 건 총 3차례다. 2007년 7월 인도네시아 대회에선 한국이 3·4위 결정전에서 승부차기(6-5)로 승리했고, 1988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결선 A조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2-0으로 승리했다.
이처럼 한일전은 유독 카타르와 연이 깊었다. 한국과 일본이 이번에도 격돌한다면 카타르 땅에서만 3번째 아시안컵 맞대결이 성사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한국이 요르단을 끌어내리고 조 1위로 올라섰을 때 이야기다.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잡더라도 요르단이 바레인에 승리를 거둔다면 득실에서 밀려 2위에 머무를 수도 있다. 한국이 3골 차 이상 대승을 거두거나 요르단이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해야 1위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이 2위로 올라간다면 상대는 F조 1위로 사우디아라비아나 태국 중 한 팀이 된다. 현재 사우디가 승점 6점으로 1위를 기록 중이지만, 3차전에서 태국(승점 4)에 패한다면 태국이 1위로 올라온다.
희박하지만, 한국이 3위로 추락하는 경우의 수도 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패하고, 바레인이 요르단을 잡으면 한국이 조 3위가 된다. 그럴 시엔 16강에서 이라크 혹은 카타르와 붙게 된다.
어떻게 보면 조 1위에 오를 때 16강 대진이 가장 험난한 셈. 그럼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흔들림 없이 1위 자리를 겨냥하고 있다. 그는 24일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전이 정말 기대된다. 너무 이기고 싶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말레이시아를 꺾는 것이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다. 꼭 이겨서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가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어차피 우승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일본을 상대하게 돼도 상관없다는 각오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일본을 피하려 한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피하고 싶은 팀은 단 하나도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일본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전을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그는 24일 알투마마 스타디움을 찾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다가 후반에 자리를 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사우디와 키르기스스탄 경기엔 자신이 가지 않고 코칭스태프들을 파견했으나 일본 경기엔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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