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여유'는 더이상 필요없다.
대한민국(FIFA 랭킹 23위)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서 말레이시아(FIFA랭킹 130위)와 만난다.
한국은 1승 1무 승점 4점으로 조 2위, 말레이시아는 2패로 조 최하위다.
이미 한국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일본이 24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인도네시아를 3-1로 꺾으면서 말레이시아와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는 6개 조 1, 2위 팀과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현재 승점 4(1승 1무)를 확보한 한국은 25일 열리는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전에서 패배할 경우 조 3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물론 말레이시아전에 지더라도 조 3위를 통한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조별리그 A조 3위 중국의 승점이 2(2무 1패), D조 3위 인도네시아의 승점이 3(1승 2패)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조 3위로 떨어지더라도 중국, 인도네시아보다는 순위가 앞선다. 16강 진출이 확정된 배경이다.
한국이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토너먼트로 향하는 건 지난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 이후 8회 연속이다. 1992년 일본 대회에선 예선에서 탈락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1996년 대회를 시작으로 한국은 매 대회 적어도 조별리그는 통과하고 있다. 최근 7개 대회 최고 성적은 2015년 호주 대회 준우승, 그리고 3위와 8강에 각각 3차례씩 올랐다.
이제 남은 건 조별리그 E조 최종 순위다. 한국은 요르단과 득실차에서 2골 뒤진 상황이다. 최종전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요르단과 바레인의 경기로 동시간대에 열린다.
만약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이기면 요르단과 바레인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요르단이 바레인을 이기지 못하거나 요르단이 바레인을 이기더라도 한국이 요르단과 득실차를 뒤집을 정도의 대승을 거두면 조 1위에 오른다. 상대는 D조 2위 일본이다.
반대로 한국과 요르단이 모두 이기더라도 한국이 득실차를 뒤집지 못하면 E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친다. 이 경우 F조 1위와 격돌하는데 F조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태국이 경합을 펼치고 있다. 요르단이 이기고 한국이 무승부 이하에 그쳐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지고, 바레인이 요르단을 이기면 한국은 3위로 떨어지게 된다. E조 3위는 대회 대진표에 따라 A조 1위이자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카타르와 16강에서 겨루게 된다.
방심해서는 안된다. 낙승이 예상됐던 요르단전에서 한국은 패배 위기에 몰렸다. 상대의 철저한 준비를 뚫지 못했다. 무기력한 모습이 이어지면서 부담이 커졌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말레이시아 김판곤 감독은 "강하게, 확실하게, 말레이시아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거인 한국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도록 선수들을 북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경기는 아주 좋은 도전의 기회다. 우리가 내일 보여줄 경기력에 따라 미래 세대가 얼마나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감독은 "내일 한국전이 말레이시아 축구의 마지막 경기는 아니다. 우리는 계속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아시안컵 16강에도 오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곤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나간다면 한국, 이란, 일본 같은 아시아의 거인들을 상대해야 한다"면서 "내일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16강을 확정지은 상황이고 카드 관리 때문에 로테이션을 통해 경기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전서 분위기 반전을 펼치지 못한다면 우승도전을 펼치는 한국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요르단전에서도 옐로카드 관리에 대한 걱정도 했었지만 필요없는 상황이었다.
방심 그리고 여유는 더이상 나와서는 안된다.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말레이시아를 쉽게 생각한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