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웠음에도 황희찬(28, 울버햄튼)은 '뜨거운 감자'였다.
영국 '풋볼 인사이더'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울버햄튼 원더러스는 황희찬을 향한 제안에 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2023-2024시즌 울버햄튼은 황희찬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팀이다. 지난 시즌까지 리그 57경기에 출전해 8골 기록에 그쳤던 황희찬은 이번 시즌 리그 20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어시스트 3개까지 추가해 총 13개의 공격 포인트를 올린 황희찬이다.
1월 초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과 '캡틴' 손흥민이 이끄는 토트넘이 황희찬을 모니터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일 풋볼 인사이더는 "두 팀 모두 황희찬의 여름 이적을 고려 중이며 1월 겨울 이적시장서 이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여러 스카우터들은 이번 시즌 황희찬이 중앙 공격수 역할을 맡은 뒤 그의 경기력에 크게 놀랐다. 황희찬은 왼쪽, 측면 윙포워드는 물론 중앙에서도 뛸 수 있는 자원이다. 그는 재능 있는 선수를 찾는 많은 이들 앞에서 빠르고 강인한 플레이로 탁월한 모습을 선보였고 울버햄튼의 중심이 됐다"라고 알렸다.
울버햄튼은 지난달 24일 첼시를 2-1로 잡아냈고 28일 브렌트포드를 4-1로 꺾었다. 뒤이어 에버튼과 경기 3-0 무실점 완승을 거뒀다. 황희찬이 아시안컵 차출로 빠지기 전까지 승점을 열심히 모아 둔 울버햄튼이다.
사실 울버햄튼이 이렇게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리라 전망한 이는 많지 않다. 강등권에서 힘든 생존 경쟁을 예상했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지난해 8월 시즌 개막 전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순위를 예상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다시 우승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울버햄튼은 18위로 강등될 것을 예측했다.
2022-2023시즌 13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울버햄튼이 '강등권'이라는 예상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보강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흑자를 내야만 했던 울버햄튼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 대신 매각에 집중했다. 주앙 무티뉴, 후벵 네베스, 네이선 콜린스, 아다마 트라오레 등을 떠나 보냈다. 굵직한 영입생으로는 자유 계약으로 데려온 맷 도허티가 유일했다.
구단의 지원이 부족하다보니 훌렌 로페테기 당시 울버햄튼 감독은 팀을 떠났다. 울버햄튼은 지난 시즌 강등권으로 추락했던 본머스를 잔류시킨 게리 오닐 감독을 선임하면서 불확실한 2023-2024시즌에 돌입했다.
당시 디 애슬레틱은 "울버햄튼은 정말 걱정된다"라며 "지난 시즌 부진했고, 라울 히메네즈, 무티뉴, 네베스를 잃었다. 울버햄튼은 모든 구성원을 매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래 지키고자 했던 로페테기 감독마저 떠났다. 울버햄튼은 강등될 수 있다"라고 울버햄튼의 미래를 걱정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울버햄튼의 행보는 대단했다. 예상 밖의 상승세로 맨체스터 시티, 토트넘 홋스퍼 등 강호를 물리쳤고 패색이 짙은 경기는 꾸역꾸역 무승부를 만들면서 승점을 쌓아 올렸다.
황희찬은 울버햄튼의 간판 스타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도움도 있었다.
지난 8월 14일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린 황희찬은 9월 3일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도 골망을 흔들었다. 바로 다음 라운드인 리버풀과 경기에서도 골 맛을 봤다.
황희찬은 루턴전 숨을 고른 뒤 9월 30일 맨시티를 만났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도 득점을 기록한 황희찬은 자신의 이름을 프리미어리그 전체에 알렸다. 경기 종료 직후 영국 다수 매체는 앞다퉈 황희찬의 이름과 함께 '더 코리안 가이(the Korean guy)'라는 말을 보도했다.
이유는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발언이었다.
경기 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맨시티는 울버햄튼을 상대로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언급한 뒤, "울버햄튼은 뛰어난 선수들을 갖췄다"라며 3명의 선수를 지목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페드로 네투와 마테우스 쿠냐는 정확하게 이름을 언급했지만, 황희찬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그 한국인(the Korean guy)"이라고 호칭했다.
이 경기에서 황희찬은 과르디올라가 언급한 세 선수 중 유일하게 득점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득점이 결승 골로 이어지며 과르디올라의 체면을 구겼다. 반대로 황희찬은 'The Korean Guy'라는 별명을 얻으며 단숨에 울버햄튼 최고의 보석으로 올라섰다.
매체는 "황희찬은 공식전 21경기에서 11골 3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는 이미 울버햄튼과 2026년까지 계약된 상태였지만, 울버햄튼은 그의 이러한 활약에 대한 보상으로 지난달 2028년까지 재계약을 선물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로 옮겨온 뒤 20골 7어시스트를 적립했고 그중 18골이 리그에서 터졌다. 리버풀과 토트넘은 공격진 강화를 노리면서 황희찬 영입 작업을 준비 중"이라며 "이 움직임은 여름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21일 풋볼 인사이더는 "울버햄튼의 재정은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구단은 여전히 보유 중인 최고 선수를 향한 거액의 제안에 속수무책이다. 우선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황희찬을 향한 움직임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울버햄튼은 황희찬이 올해 안에 팀을 떠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알렸다.
매체는 "황희찬의 재계약은 2028년 6월까진데 리버풀, 토트넘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해당 선수의 가치는 높아진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엉덩이 부상으로 아시안컵 조별리그 1, 2차전 모두 결장한 황희찬은 21일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회복 훈련을 진행했다. 황희찬은 지난 17일부터 운동화 대신 축구화를 착용하고 훈련에 나섰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는 25일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빅클럽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만큼 황희찬의 출전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