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 위기의 팀을 구했다. 삼성화재 신인 세터 이재현(22)의 강심장이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재현은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 선발 세터로 코트에 나섰다. 주전 세터 노재욱이 갑작스런 무릎 부상으로 빠졌고, 또 다른 세터 이호건도 지난달 발목 부상으로 이탈한 상태였다.
삼성화재 3번째 세터인 신인 이재현에게 데뷔 첫 선발 기회가 왔다. 팀이 시즌 최다 4연패에 빠져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라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이재현은 남달랐다. 1세트 초반부터 침착하게 안정된 토스로 경기를 풀어가더니 승부처에서 대범함을 보였다.
24-25로 세트 스코어에 몰린 클러치 상황에서 과감하게 속공을 써서 에디의 점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27-26에서 요스바니의 디그로 넘어온 공격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전위에서 뛰어올라 왼손으로 강하게 스파이크를 때려 세트를 끝냈다. 승부처에서 기습적인 2단 공격으로 세트 마지막 득점을 책임지는 강심장을 발휘했다.
1세트 기선 제압을 이끈 이재현은 주포 요스바니와도 호흡을 잘 맞추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이날 요스바니는 개인 한 경기 최다 44점을 폭발하며 시즌 3번째 트리플 크라운까지 했다. 선발로 나와 풀세트를 치른 이재현은 지칠 법도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마지막 5세트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운영하며 팀의 풀세트 승리와 4연패 탈출을 완성했다.
경기 후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선발 첫 경기에 이 정도라면 정말 잘해준 것이다. 앞으로 경험이 쌓이면 더 좋아질 것이다”며 “노재욱이 웬만하면 경기를 뛰어줘야 하는데 몸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야 한다. 이재현의 비중을 더 높여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1일의 올스타 휴식기가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 미뤄볼 때 노재욱의 빠른 복귀는 쉽지 않을 듯.
봄배구를 위한 순위 싸움이 뜨거워지는 시점에 이재현이 선발 세터 중책을 안게 됐다. 그런 점에서 데뷔 첫 선발 경기를 승리로 이끈 게 의미 있다. 경기 후 이재현은 “재욱이형, 호건이형이 없어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훈련할 때부터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내게 최대한 부담을 안 주려고 대화를 많이 해주셨다. 경기 때도 ‘괜찮다, 잘한다’고 해줘서 부담을 갖지 않았다. 연습 때부터 주문하신 대로 속공도 쓰고 과감하게 공격했던 게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요스바니는 “다른 선수한테 맞춰주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픈 플레이를 자신 있게 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고 이재현에게 조언했다. 이재현도 “신인답게 더욱 과감하게 하겠다. 올스타 휴식기 때도 나를 되돌아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중부대 출신으로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7순위로 지명돼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이재현은 왼손잡이 세터로 날카로운 서브가 장기. 시즌 초바부터 원포인트 서버로 꾸준하게 코트를 밟고 있다. 신인 중 가장 많은 19경기 52세트를 뛰며 6개의 서브 에이스를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