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은 몰라도, 몸 관리만큼은 뭐라고 토를 달 수 없을 듯싶다. 그저 대단하다고 해야 할는지…. 꺼지지 않는 ‘축구 열정’일까? 잊을 만하면 엄청난 기록을 앞세워 나타난다. 불혹(不惑: 마흔 살)을 눈앞에 뒀다고 믿기 어려운 존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다.
호날두는 1985년 2월 5일생이다. 보름 남짓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일반적으로, 축구 선수로선 전성기를 훨씬 지난 연경(年庚)이다. 축구계에선, 이 정도면 ‘할아버지뻘’이다. 은퇴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그런데 오히려 굉장한 기록을 세우며 건재를 뽐낸다. 호날두에겐, 나이는 그저 숫자인가 보다. 연식(年食)이 많아질수록, 의욕이나 기력이 점점 좋아지는 듯한 몸놀림마저 엿보인다. 그야말로 “나이야, 물러가거라!”라고 외치듯 거센 기염을 토한다. 단순한 노병(老兵)이 아니다. 두려움까지 자아내는 노익장(老益壯)이다.
호날두는 한국 축구팬에게서 미운털이 박혔다. 괜스레 밉상으로 치부된다. 그렇지만 잊을 만하면 세우는 기록의 질과 양은 마음을 거북하게 한다. 할 말마저 잃게 한다. 호날두가 수립하는 기록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먹먹해지는 한국 팬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호날두가 자신의 눈부신 기록 명부에 또 한쪽을 더했다. 21세기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의 맨 위에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지경을 개척하며 금세기 유일하게 1,200경기 출장 고지에 올라섰다. 단순히 세월의 흐름에 편승해 쌓은 금자탑이라고 폄훼하기엔, 적당치 않은 대기록이다. 그에게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일단은 갈채를 보내야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한 해 60경기 가깝게 뛰며 금자탑 세워… 필드 플레이어 최초 ‘1,200 출장 고지’ 등정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집계해 발표한 21세기 최다 경기 출장 선수 순위에서, 호날두는 여유 있게 가장 윗자리를 차지했다. 2001년 1월 1일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를 대상으로 한 이번 집계에서, 1,204경기에 모습을 나타낸 호날두는 2위 파비우(브라질·1,156경기)를 넉넉하게 제쳤다. 48경기 차다(표 참조).
파비우는 선수 생활동안 총 1,202경기에 출장했다. 하지만 순수하게 21세기만으로 폭을 한정하면 1,156경기다. 20세기에 46경기를 소화한 바 있다.
호날두는 22년(햇수 기준)에 걸쳐 차곡차곡 기록을 쌓아 왔다. 매년 60경기 가깝게 그라운드를 밟은 셈이다.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했는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렇다 할 부상 없이, 시즌 내내 그라운드를 누볐는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2002-2033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스포르팅 CP에 둥지를 튼 호날두는 모레이렌스전에서 데뷔 경기를 치른 바 있다. 2002년 10월 7일이었다.
활동 무대별로 보면, 각국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685)를 소화했다. 호날두는 프리메이라리가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이래(2002-200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2003-2004~2008-2009시즌)→ 스페인 라리가(2009-2010~2017~2018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2018-2019~2021-2022시즌)→ EPL(2021-2022~2022-2023시즌)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2022-2023시즌~)에서 줄기차게 활약하고 있다.
호날두는 ▲ 국내 컵에선 98경기를 ▲ 국제 클럽 대항전에선 216경기를 ▲ A매치에선 205경기를 각각 소화했다.
한 세기를 초월해 현대 축구 전 역사로 외연을 넓혔을 때,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은 호제리우 세니(브라질)가 보유하고 있다. 세니는 1992년부터 2015년까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하며 1,225경기(IFFHS 기준)를 소화했다.
그렇지만 세니는 GK였다. 아무래도 활동 반경이 좁아 그만큼 선수 생명이 길어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수문장의 장점이 배경에 깔린 최고 기록이다.
이 맥락에서도, 호날두의 1,200경기 출장 고지 등정은 더욱 놀라움을 자아낸다. 더욱이 별다른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호날두는 올해 안에 세니의 기록을 능가하며 전대미문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게 확실시된다.
호날두와 ‘영원한 맞수’인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도 이 부문에서만큼은 호날두의 벽을 넘어서기가 힘들 듯싶다. 1,047경기에 모습을 나타낸 메시는 호날두와 격차가 157경기나 된다. 비록 두 살 젊어 단순히 산술적으로 봤을 때, 앞으로 활동 기간이 더 남았다고 할지언정, 쉽게 추월해 뒤집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지난해 말, 호날두는 인상적인 골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최고령 한 해 A매치 두 자릿수 득점 고지에 올랐다. 그때껏 그 누구도 들어서지 못했던 ‘38세 득점 클럽’을 새로 열었다. 아직은 시간의 흐름에 꺾이지 않으며 자존심을 곧추세웠다. 또, 어떤 기록을 세워 자신의 기록 명부 깊이를 더할지 예단키 어려운 몸놀림을 보이는 호날두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