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일본이 30년 전 비극을 떠올리며 비장한 각오를 다졌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19일 오후 8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D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양 팀은 지난 1차전에서 나란히 승점 3점을 챙겼다. 일본은 베트남을 상대로 끌려가기도 했지만, 4골을 몰아치며 4-2로 승리했다. 이라크도 오심 논란이 일긴 했지만,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를 3-1로 잡아냈다.
이라크와 조 1위 자리를 두고 맞붙는 일본. 모리야스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18일 도하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선수들은 베트남전 이후 훈련에 더 집중하고 있고, 잘 준비하고 있다.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아픈 곳을 찔렸다. 이라크 기자가 30년 전 일어났던 '도하 참사'를 언급한 것.
일본은 지난 1993년 10월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이라크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2-2로 비겼다. 그 결과 일본은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대신 한국이 북한을 잡아내며 극적으로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일본으로선 도하의 비극, 도하 참사였고, 한국으로선 도하의 기적이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당시 현역으로 뛰고 있었고, 일본 대표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비극을 직접 겪은 장본인인 셈.
카타르에서 이라크와 다시 맞붙는 만큼 기자회견에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리 없었다. 한 이라크 기자가 일본은 1993년 도하에서 추가시간에 무너졌다며 이번 대회 역시 추가시간이 길다고 말했다.
아픈 기억에도 모리야스 감독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래전에 경기를 본 기억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추가시간이 길다는 점도 알고 있다"라며 "오래된 기억이다. 시간이 흘렀고, 나도 선수들도 신경 쓰지 않는다. 추가시간을 포함해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라고 차분하게 답했다.
이어 모리야스 감독은 "1993년 패배는 선수로서 겪은 것이다. 지금은 감독이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게다가 대표팀 선수들은 3명을 제외하면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선수들에게도 내게도 크게 상관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뛰고 있는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뛰고 있다. 축구선수로서 세계 무대에서 싸울 수 있는 모습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일본 '풋볼존'도 모리야스 감독의 발언을 전하면서 승리를 자신했다. 매체는 "1993년 이라크전 이후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일본 축구는 큰 발전을 이뤘다. 2022년 이곳 도하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강호 독일과 스페인을 쓰러뜨렸다"라고 강조했다.
도하 참사의 되풀이는 없다는 각오다. 풋볼존은 "30년이 흐른 뒤 다른 입장에서 맞이하는 이라크전이다.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 26명 중 1993년 이전에 태어났던 선수는 3명밖에 없다. 비극은 반복되지 않는다. 반드시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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