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기제(33, 수원삼성) 밖에 답이 없는가. 불안했던 좌우 풀백이 아시안컵 우승의 변수로 떠올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2023 AFC 아시안컵 E조 2차전’에서 요르단을 상대한다.
한국은 1차전서 이강인의 멀티골이 터져 바레인을 3-1로 제압했다. 한국이 요르단을 이긴다면 2승으로 16강 진출이 조기에 확정된다. 1차전서 경고장 5장을 받은 한국의 대회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요르단은 1차전서 말레이시아를 4-0으로 대파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특히 오른쪽 공격수 무사 타마리가 말레이시아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렸다. 좌측날개 마모드 알 마디 역시 두 골을 몰아쳤다. 한국의 좌우 윙백이 막아야 하는 포지션에서 총 네 골이 나왔다.
문제는 한국에서 가장 불안한 포지션이 바로 왼쪽 풀백이라는 점이다. 1차전 선발로 나선 이기제는 상대 공격수의 스피드에 밀리며 일대일 대결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전반 28분 상대의 유니폼을 잡아당긴 이기제의 카드가 나왔다. 1대1에서 밀린 뒤 무리하게 파울로 끊은 결과였다. 후반 6분 한국이 실점했다. 곧바로 이기제는 김태환과 교체됐다.
한국은 그나마 설영우가 있기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멀티포지션 소화능력이 있는 오른쪽 풀백 설영우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김태환이 오른쪽을 봤다. 한국은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울산의 설영우, 정승현, 김영권, 김태환 포백을 그대로 갖다 썼다.
1차전 승리 후 설영우는 “울산에서 원래 호흡을 맞추던 형들이라 더 편안하게 뛰었다”고 밝혔다. 클린스만이 평소 등한시하는 K리그 선수들이 대표팀 승리에 밑거름이 된 것이다.
불안한 수비를 보여주며 경고까지 한 장 받은 이기제가 과연 2차전에서도 선발로 뛸까? 클린스만은 “이기제는 우리가 그를 믿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여전히 무한신뢰를 보였다. 2차전도 이기제의 선발출전이 유력하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 김진수는 18일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고 훈련을 재개했지만 16강전에 컨디션을 맞추고 있다. 조별리그 출전은 사실상 어렵다. 김태환마저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18일 훈련에서 열외됐다. 현재 네 명의 풀백 중에서 컨디션이 좋고 부상이 없으며 카드를 받지 않은 선수는 설영우 단 한 명뿐이다.
김진수와 김태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차전 역시 이기제와 설영우가 선발로 나올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 이런 상황을 예상해 줄기차게 평소 K리그 영건들을 실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은 전혀 듣지 않았다.
결국 감독 본인이 자초한 결과다. 측면 수비진에 노장들이 대거 발탁된 결과 부상자가 많아 정작 뛰어야 할 본 경기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모든 것은 클린스만 감독이 책임지고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