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탁구 남자대표팀이 그룹 예선에서 인도, 폴란드 등 만만찮은 복병 팀들의 도전을 받게 됐다. 특히 인도는 최근 들어 기량이 급성장한 요주의 팀이다.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끈질긴 경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여자팀 역시 대회 초반 남미 최강 애드리아나 디아즈가 버티는 푸에르토리코와 유럽 강호 이탈리아 등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까다로운 상대들과 싸우게 됐다.
지난 16일 부산 e-스포츠경기장에서 진행된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예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3조 톱시드 남자팀이 인도, 폴란드, 칠레, 뉴질랜드와 한 조로 편성됐다. 5조 톱시드로 출발한 여자팀은 푸에르토리코,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쿠바와 한 조가 됐다.
남녀 모두 1조 톱시드에 자리한 중국은 남자팀이 크로아티아, 벨기에, 헝가리, 쿠바, 여자팀이 헝가리, 인도, 스페인, 우즈베키스탄과 한 조로 편성됐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이번 대회에서 남자 11연패, 여자 6연패에 도전하는 중국인만큼 본선 토너먼트 대진표에서도 가볍게 제일 위쪽에 위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추첨은 ITTF 팀 랭킹(2024년 1월 첫째 주) 기준 최상위 8개국을 각 조 톱시드로 배치한 뒤 차순위 순서대로 네 나라씩을 같은 포지션 그룹으로 묶어 스네이크 시스템 아래 추첨, 지그재그 배치하는 방식을 따랐다. 단체전만 열리는 팀선수권대회인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남녀 각 40개국이 5개국씩 8개 조로 분산돼 그룹예선리그를 벌인 이후, 각 조 3위까지가 24강 토너먼트로 순위 경쟁을 펼친다.
조별 리그 각 조 1위 8팀은 16강 직행이다. 각 조 2, 3위 팀이 1회전 맞대결을 통해 승리 팀이 남은 16강 여덟 자리를 채우는 순서로 토너먼트가 진행된다. 보다 수월한 본선 항해를 위해서는 조 예선 1위가 필수다. 대회 초반 명운을 결정지을 상대를 고른 이날의 조 추첨식은 그에 따라 전 세계 탁구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추첨 결과는 WTT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됐으며, 중국 SNS 웨이보는 여자팀 추첨시 107만 명, 남자팀 추첨시 140만 명이 동시접속할 정도였다. 중국판 틱톡 미구(Migu)sms 220만 명이 동시 접속해 실황을 지켜봤을 정도다. ITTF와 WTT도 추첨 결과를 실시간으로 연맹 누리집에 게시했다.
내달 16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한국탁구 사상 최초로 국내에서 열리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다. 여름에 이어질 파리올림픽 출전권도 걸려있어 각국 선수들의 매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국대표팀은 홈그라운드에서의 세계선수권이라는 ‘생소한’ 경험을 앞두고 있다. 각 조 대진이 완성된 남은 한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관중의 열렬한 응원은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든든한 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다.
조 추첨 실황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직접 추첨에도 참여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조직위 공동위원장)은 “일단 조 추첨 결과는 무난하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팀의 목표는 예선 통과가 아니라 본선에 있다. 특히 남자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직 금메달이 없다. 홈그라운드에서 우리 후배 선수들이 역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조직위도 남은 30일 동안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대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당부를 전했다.
한편 이번 조 추첨식은 추첨 결과 외에도 원활하고 역동적인 진행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형준‧유승민 조직위 공동위원장은 물론 페트라 쇠링 회장, 카릴 알모한나디 부회장, 스티브 데인턴 CEO 등 ITTF 주요 인사들, 프레젠팅 파트너 방성빈 BNK부산은행장, 장인화 부산시체육회장 등 귀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산이 배출한 탁구레전드 유남규, 현정화, 한국 최고참 현역선수 서효원, 부산지역 탁구동호인을 대표한 심종섭, 김은정 씨가 차례로 등장해 추첨에 참여했다. 추첨 결과가 게시될 때마다 터져 나온 좌중의 환호도 인상적이었다.
조 추첨 실황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직접 추첨에도 참여한 페트라 쇠링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은 “한국은 올림픽 챔피언을 보유한 세계적인 탁구강국이다. 더구나 부산은 2020년에 열었어야 할 대회를 2024년에 열게 된 셈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히려 많은 준비기간이 있었으므로 더욱 훌륭한 대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조 추첨 전에 베뉴 투어 인스펙션도 했는데 준비가 매우 잘 돼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조 추첨 행사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조 추첨 전에 진행된 ‘ISO 20121’ 인증서 수여식도 눈길을 끌었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ITTF 주최 역대 모든 대회 최초로 해당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 표준으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날 현장에서 강명수 한국표준협회장이 조직위원회에 인증서와 인증명판을 전달했다. 반가웠던 수여식이 힘을 더하면서 연이어진 조 추첨식은 더욱 밝은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사진은 이 날 조 추첨 결과다.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이제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돌입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