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든 산초(24,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떠나자마자 발끝이 터졌다. 전반 22분 만에 1도움을 기록하며 불화가 있었던 맨유를 짓밟았다.
도르트문트는 14일(한국시간) 독일 다름슈타트 머크 슈타디온 암 뵐렌팔토어에서 열린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 17라운드에서 다름슈타트를 3-0으로 제압했다. 공식전 7경기 무승(5무 2패)을 끊어내는 소중한 승리다.
이 경기는 산초의 도르트문트 복귀전이었다.
그는 11일 맨유에서 '친정팀' 도르트문트로 임대 이적했다. 그리고 곧바로 경기에 출전했다. 산초는 후반 10분 제이미 바이노기튼스를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지난해 8월 노팅엄 포레스트전 이후 약 5개월 만의 실전 무대였다. 경기 감각에 문제가 있을 법도 했지만 오히려 산초는 펄펄 날았다.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32분 산초는 1도움을 올렸다. 마르코 로이스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그는 우측면으로 침투한 뒤 반대편에서 뛰어드는 로이스를 향해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로이스가 발만 갖다 대면서 마무리했다.
경기 후 산초는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곳에 돌아와서 정말 기쁘다"라며 "다시 로이스를 만난 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진다. 그의 골을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맨유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산초의 미소다.
그는 "내 목표는 다시 행복해지고, 팀이 3위 안에 들어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도록 돕는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는 아직 말하고 싶지 않다. 팀 목표가 우선"이라며 "나는 매우 긍정적이다. 팀도 중요한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앞으로 매 경기 계속 싸워주며 잘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산초가 도르트문트로 돌아온 배경에는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과의 불화가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아스날전에서 명단 제외된 뒤 훈련장에서 보여준 모습이 좋지 않았다는 텐 하흐 감독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당시 산초는 "부디 당신이 읽는 모든 것을 믿지 마라! 나는 사람들이 완전히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나는 오랫동안 희생양이었다"라고 날을 세웠다. 텐 하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강하게 어필한 것이다.
이는 산초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쳤다. 그로부터 1군 훈련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산초는 계속해서 사과를 거부했고, 1군 라커룸과 식당에서도 추방됐다. 텐 하흐 감독이 떠나지 않는 한 맨유에서 산초가 뛸 자리는 없어 보였다.
결국 산초는 도르트문트 임대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맨유도 지난 2021년 그를 이적료 7300만 파운드(약 1223억 원)로 영입한 지 2년 반 만에 친정팀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내렸다.
텐 하흐 감독은 산초가 도르트문트에서 행복하길 바란다면서도 맨유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산초가 복귀하자마자 골을 넣으면서 산초의 불성실한 태도가 문제가 아니라 텐 하흐의 리더십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랄프 랑닉 맨유 전 감독은 "산초와 함께했던 6개월 간 규율 문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그는 조용하고 유쾌한 사람"이라며 "그는 건강했을 때 선발이었고, 내 지도 아래에서 잘했다"라고 말했다. 텐 하흐가 문제란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스요아힘 바츠케 도르트문트 CEO 역시 "산초는 규율 문제가 전혀 없다. 누가 언제나 그런 말을 한 건지 모르겠다"라고 반박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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