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신입생' 라두 드라구신(22)의 에이전트 때문에 불만에 빠졌다.
영국 '더 부트 룸'은 12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은 드라구신의 에이전트에게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정말 특이하다'"라고 보도했다.
드라구신은 이번 1월 이적시장을 통해 토트넘에 새로 합류한 센터백이다. 그는 토트넘과 2030년 6월까지 계약에 서명하며 6년 반 장기 계약을 맺었다. 이적료는 기본 2500만 유로(약 360억 원)에 달성하기 매우 쉬운 옵션 500만 유로(약 72억 원)로 알려졌다.
드라구신은 191cm의 큰 키와 강력한 피지컬을 자랑한다. 어릴 적 유벤투스 23세 이하(U-23) 팀에서 성장했고, 이후 삼프도리아, 살레르니타나, 제노아에서 임대로 뛰었다. 그는 지난해 1월 제노아로 완전 이적했고, 1년 만에 토트넘 유니폼을 입으며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공중볼 싸움 능력과 드리블 차단 능력이다. 드라구신은 올 시즌 세리에 A에서 헤더 클리어링 1위(45회), 최소 드리블 돌파 허용(1회), 공 경합 승리 2위(88회), 블록 2위(12회) 등을 기록하며 철벽수비를 펼쳤다. 이탈리아에서는 그에게 '루마니아 반 다이크'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쉽지 않은 영입이었다. 중앙 수비 보강이 급한 토트넘은 빠르게 움직여 드라구신과 개인 합의를 마쳤다. 하지만 막판에 바이에른 뮌헨이 뛰어들면서 위기를 맞았다.
바이에른 뮌헨도 토트넘도 제노아와 이적료 합의에 성공한 상황. 최종 선택은 드라구신의 몫이었다. 그는 긴 고민 끝에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한 바이에른 뮌헨을 거절하고 토트넘을 택했다.
드라구신의 에이전트인 플로린 마네아는 "현지시간으로 10일 오전 8시에 모든 결정이 내려졌다. 드라구신이 토트넘으로 가고 있었는데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제의가 와서 공항에 잠시 멈췄다. 그가 바이에른 뮌헨을 거절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또한 그는 "드라구신과 그의 가족들이 함께 결정을 내렸다"라며 "바이에른 뮌헨도 그를 강력하게 원했지만, 공식 제안이 너무 늦게 왔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은 더 많은 돈을 불렀다. 그래서 우리는 밤을 새워 고민했다. 잠을 자지도 못할 정도였다. 나폴리와 AC 밀란도 드라구신을 원했다. 하지만 드라구신의 어릴 적부터 꿈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마네아는 구체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다. 그는 '이탈리아 '투토 메르카토 웹'을 통해 "나폴리와 처음부터 매우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난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과 여러 번 대화했다. 하지만 드라구신은 제노아 팬들과 유대감 때문에 해외 이적을 더 선호했다. 토트넘? 그들과는 두 달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전했다.
드라구신의 의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마네아는 "바이에른 뮌헨의 제안을 고려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드라구신은 토트넘과 약속을 지켰다"라며 "드라구신은 세리에 A 내 이적을 원하지 않았고, 시즌 도중에 제노아를 떠나길 원치도 않았다. 그는 자기 커리어보다 제노아 팬들을 더 생각했다. AC 밀란도 문의를 보냈지만, 우린 이미 토트넘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 선택에 매우 만족한다. 드라구신은 언제나 약속을 지킨다"라고 설명했다.
마네아는 자기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 드라구신은 모든 경기에 뛰고 싶어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프리미어리그를 꿈꿨다. 난 그가 16살일 때부터 그가 잉글랜드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람들은 나를 루마니아의 노스트라다무스(유명 예언가)라고 부른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계속해서 입을 열던 마네아는 망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루마니아 '디지스포르트'와 인터뷰에서 "드라구신은 앞으로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우린 단지 여정의 시작에 있을 뿐이다. 우린 그가 세계 최고의 클럽에 도달하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바이에른 뮌헨은 세계적인 클럽이고, 우리는 이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드라구신의 꿈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다. 3~4년 후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라며 폭탄 발언을 터트렸다.
토트넘은 몇 년 후면 떠날 팀, 잠시 거쳐가는 팀에 불과하는 뜻이나 다름없다. 물론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적하자마자 공개적으로 내놓을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도 "드라구신의 에이전트는 미래에 대해 기괴한 발언을 했다. 그는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그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라며 "마네아는 대체 어떻게 지금 그런 발언을 멈춰야 하는 때라는 걸 깨닫지 못할 수 있는가?"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토트넘도 마네아의 입방정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더 부트 룸은 "토트넘은 드라구신의 에이전트에게 '언해피'한 상태"라며 '익스프레스' 소속 찰리 고든 기자의 말을 전했다.
고든은 '더 스퍼스 챗 팟캐스트'에 출연해 마네아의 최근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토트넘과 (마네아가) 잘 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하겠다. 에이전트가 언론에 공개 발언을 하고, 그 말들이 기사에서 인용되는 건 정말 특이한 일"이라며 "토트넘에 합류하기 직전이고 팬들의 사랑을 받으려 할 때 그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하다"라고 지적했다.
더 부트 룸도 같은 의견이었다. 매체는 "드라구신의 에이전트는 조용히 지내는 기술을 한두 가지 배울 수 있다. 맞다. 고객이 큰 이적을 앞뒀을 때 흥분하기 쉽고, 때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매체는 "마네아는 처음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떠들었다. 이는 클럽을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일 뿐"이라며 "보통 에이전트들에게 소식을 듣기 어려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마네아는 정해진 전례를 따르며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이런 사적인 일들에 대해 침묵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드라구신은 오는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를 수 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들은 바에 따르면 우린 드라구신이 일요일에 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라며 "(선발로 뛸지는) 지켜보자. 모든 서류 작업이 완료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그는 선수단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생각보다 빠르게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선발 출격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로메로는 2월쯤 복귀가 예상됐지만, 이미 팀 훈련에 복귀했다.
영국 '풋볼 런던'과 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들은 미키 반 더 벤과 로메로가 오랜만에 호흡을 맞출 것이라 점치고 있다. 부주장 로메로가 돌아온다면 드라구신은 벤치에서 출격을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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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토트넘 홋스퍼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