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준 돈으로 택시를 잡아타고 라이벌 아스날로 향했다. '프랑스 레전드' 에마뉘엘 프티(54)의 이야기다.
영국 '더 선'은 10일(한국시간) "프티는 1997년 토트넘과 이적 협상을 했지만...토트넘이 택시비를 지불한 뒤 아스날에 합류했다. 그는 아스날 데뷔 시즌부터 트로피 두 개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결정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었다"라고 보도했다.
프티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미드필더다. 그는 엄청난 활동량을 뽐내던 중앙 미드필더로 뛰어난 패스 실력과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중원을 휩쓸었다. 게다가 센터백 출신인 만큼 수비력 역시 안정적이었다. 그야말로 완전체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셈.
프티는 지난 1997년 AS 모나코를 떠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타진했다. 먼저 러브콜을 보낸 팀은 토트넘이었다. 그는 런던에서 앨런 슈가 토트넘 회장을 직접 만나 협상을 펼쳤다.
하지만 은사 아르센 벵거 감독이 나타나 하이재킹을 시도했다. 모나코 시절 프티와 연을 맺었던 그는 소식을 듣자마자 프티에게 연락을 보냈다. 그러자 프티도 토트넘에 제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며 결정을 미뤘다.
프티의 최종 선택은 토트넘이었다. 토트넘은 그의 택시비까지 대신 내줬지만, 그가 탄 택시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벵거 감독의 집이었다. 결국 프티는 250만 파운드(약 42억 원)에 아스날과 계약을 맺으며 벵거 감독과 재회했다.
프티는 영국 '토크 스포츠'를 통해 "난 토트넘, 아스날과 같은 날 미팅을 가졌다. 아침에 토트넘을 만났다. 하지만 잉글랜드에 왔을 때 두 구단이 라이벌 관계인 걸 잘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토트넘 경기장을 떠날 때 토트넘은 내 택시를 예약해 줬다. 그리고 택시 기사가 내게 길을 물어봤다. 그래서 그에게 아스날 주소를 줬다. 난 토트넘이 택시비를 선불로 내줬는지 몰랐다. 그래서 그들은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프티는 "난 토트넘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스날은 물론이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다른 클럽도 고려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난 모두에게 결정을 내리면 말하겠다고 했고, 며칠 후 아스날과 계약했다. 그 소식이 신문에 실렸고, 갑자기 그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라이벌리에 관한 압박을 깨달았다"라고 덧붙였다.
프티의 선택은 완벽한 정답이었다. 토트넘은 1997-1998시즌 내내 강등권에서 헤맸고, 결국 리그 14위에 그쳤다.
반면 프티는 아스날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와 FA컵을 제패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게다가 그는 아스날 동료 파트리크 비에이라와 함께 1998 프랑스 월드컵까지 우승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토트넘을 골랐다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었던 프티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