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에른 뮌헨 이적에 99%로 가까워진 센터백 에릭 다이어(29)가 어쩌면 가장 행운아일지 모른다. 그는 손흥민(32, 이상 토트넘)과 김민재(28, 뮌헨) 두 명 모두와 호흡을 맞추는 선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11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다이어가 뮌헨과 영구 계약을 맺는다.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토트넘은 400만 유로(약 57억 원)의 비용을 받게 될 것이며 다이어는 이날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다. 그는 이미 뮌헨에 있다”라고 알렸다.
전날(10일) '스카이 스포츠 독일' 소속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도 “뮌헨이 제노아의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21) 하이재킹에 실패했다. 이젠 다이어가 영입 후보 1순위"라고 전한 바 있다.
또 "이적료는 약 400만 유로 수준이며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로,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돼 있다"라고 알렸다. 이날 역시 또 한 번 다이어의 소식을 다뤘다. 그가 뮌헨에 도착한 영상을 공개했다.
다이어는 2023-2024시즌이 끝나면 토트넘과 계약이 종료된다.
토트넘은 이번 1월 이적 시장에서 다이어를 팔고 새로운 센터백을 영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에 다이어의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29세의 다이어는 2014년 토트넘에 입단해 364경기에 나서 13골 12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수비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에서 ‘자동문’으로 통할 만큼 기대 이하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갈 곳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다이어를 향한 비난은 지난해 말 극에 달했고,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그를 처분해야 한단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그런 다이어가 '김민재 소속팀' 뮌헨과 연결됐다.
지난해 11월부터 다이어의 ‘충격’ 뮌헨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풋볼 인사이더'는 "뮌헨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이어를 영입하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다이어는 프로 선수 초반 미드필더로 뛴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뮌헨은 다이어를 비교적 저렴한 이적료에 영입할 수 있다. 영입 리스트에 올린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투헬 감독은 11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다이어는 센터백 전문가"라며 “우린 그를 센터백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이어는 오른쪽이나 왼쪽뿐만 아니라 스리백으로도 뛸 수 있다. 또 몇 년 전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뛰곤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일이 틀어질 수 있지만 다이어 영입에 뮌헨이 접근한 것은 사실이다. 그가 오면 우리에게 수비 옵션이 하나 더 생긴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어와 뮌헨을 연결시켜 준 인물이 있다. 바로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해리 케인(31, 뮌헨)이다.
이날 오전 영국 매체 ‘팀토크’는 “(일일) 에이전트 케인이 다이어를 독일로 오도록 유인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토트넘과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 드라구신의 계약이 마무리되면 다이어는 뮌헨으로 향할 예정이다. 뮌헨은 다이어를 영입할 준비를 마쳤다”며 “‘다이어와 지속적으로 접촉을 해왔던 케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또 강조했다.
2014년부터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뛴 다이어는 ‘토트넘 유스’ 출신 케인과 절친한 사이다. 잉글랜드 대표팀 동료이기도 하다. 케인은 올 시즌 직전 뮌헨으로 이적했지만, 이 둘은 꾸준히 연락을 이어왔다.
'팀토크'와 함께 '풋볼 인사이더'도 "인기 없는 토트넘 스타 다이어는 전 동료이자 토트넘의 전설 케인과 재회할 수 있다"며 "다이어는 케인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뮌헨 입단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이 새로운 수비수(드라구신)를 영입하게 되면 이 이적도 덩달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신 손흥민은 케인에 이어 다이어와 작별한다.
반면 다이어는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다가 이젠 김민재와 함께 합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합류한 손흥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이어가 백업으로 전락해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항상 옆에 있던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같이 토트넘에서 뛰는 동안 손흥민은 꾸준히 우상향 했다. 반면 다이어는 하락길을 걸었다. 다이어가 아쉬운 수비를 보여도 손흥민이 골을 넣어 팀에 승리를 선물할 때가 숱하게 있었다. 다이어에겐 손흥민이 든든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다이어가 뮌헨으로 가면 또 한 명의 ‘든든한’ 한국인 선수를 만난다. 바로 지난 시즌 세리에A 나폴리를 33년 만의 리그 우승으로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김민재다.
다이어는 일단 아시안컵 차출로 자리를 비운 김민재 대신 센터백으로 뮌헨 경기를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뮌헨은 오는 13일 호펜하임과 분데스리가 경기를 시작으로 시즌 후반기 시작을 알린다.
한국이 아시안컵 결승에 오르면 김민재는 약 한 달 동안 소속팀 경기를 뛰지 못한다.
김민재가 돌아오면 자리가 겹치는 다이어는 백업 ‘제 위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뮌헨은 다이어를 김민재 백업으로 생각하고 데리고 왔다.
뮌헨은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마테이스 더리흐트만으로 올시즌 중앙 수비를 꾸렸는데 저렴한 값으로 다이어를 데리고 오면서 1명 더 여유가 생겼다.
뮌헨은 분데스리가 후반기를 잘 보낸다면 역전 우승을 할 수 있다. 15경기를 치른 뮌헨(승점 38)은 1경기 더 치른 레버쿠젠(승점 42)에 이어 2위다. 선두로 치고 올라갈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뮌헨은 12연속 리그 챔피언 자리에 도전한다.
손흥민과 김민재 두 명 모두와 호흡을 맞추는 행운을 잡은 다이어는 뮌헨 이적과 동시에 ‘우승컵’까지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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