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 베르너(28)와 손흥민(32, 이상 토트넘 홋스퍼)은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급이 다른 결정력이다.
토트넘은 10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RB 라이프치히로부터 베르너를 임대 영입했다"라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이며 완전 이적 옵션도 포함돼 있다. 옵션을 발동할 수 있는 금액은 1800만 유로(약 26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베르너는 빠른 발과 뒷공간 침투에 능한 공격수로 2016-2017시즌 라이프치히에 합류하며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데뷔 시즌에서 공식전 21골을 터트리며 주목받았고, 2019-2020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34골을 넣으며 분데스리가 올해의 팀에 선정됐다.
베르너는 독일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됐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2017년 3월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에도 출전했다. 베르너는 대표팀 57경기에서 24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급격히 하락세가 찾아왔다. 베르너는 2020-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적료 4500만 파운드(약 753억 원)에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팬들은 그가 첼시의 공격수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생각했다.
기대는 빠르게 식었다. 베르너는 높은 이적료를 기록하고 온 만큼, 곧바로 주전으로 뛰었다. 그러나 아쉬운 결정력과 수많은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탄식을 자아냈다. 결국 그는 공식전 89경기 23골이라는 아쉬운 기록을 남기고 2022년 여름 친정팀 라이프치히로 복귀했다.
독일에서도 반전은 없었다. 베르너는 지난 시즌 리그 27경기에서 9골 3도움을 올리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지만, 이번 시즌 리그 14경기 2골에 그쳤다. 그는 로이스 오펜다, 유수프 폴센, 베냐민 세슈코, 사비 시몬스, 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와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이제 베르너는 다시 밟은 런던 땅에서 부활을 꿈꾼다. 그는 오는 6월 자국 독일에서 열리는 UEFA 유로 2024 출전을 노리고 있기에 출전 시간을 보장받은 토트넘 임대를 택했다. 베르너는 지난해 3월 벨기에전을 끝으로 A매치 기록이 없는 만큼 토트넘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줘야만 대표팀 승선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베르너는 주로 왼쪽 윙포워드로 뛰면서 손흥민의 빈자리를 메울 전망이다. 손흥민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 본머스전을 끝으로 토트넘을 떠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합류했다. 토트넘은 손흥민 없이 최대 1달 이상 버텨야 한다.
영국 '90min'은 "베르너가 선발 명단에 들어가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왼쪽 날개 출전이다. 그는 첼시 시절 왼쪽 공격수로 가장 많이 뛰었다"라며 "베르너는 빠르고 공격적이고 부지런히 뛴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날개로 활약하기 이상적인 신체적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도 "베르너는 중앙 공격수와 왼쪽 윙어로 모두 활용될 수 있다. 둘 다 손흥민이 없을 때 커버가 필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걱정을 덜어줄 것"이라며 "베르너도 손흥민처럼 토트넘 감독이 원하는 스피드를 확실히 갖고 있다. 두 선수 다 왼쪽에 배치될 때도 바깥에서 안쪽으로 뛰면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손흥민과 베르너는 터치맵도 닮아있다.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의 올 시즌 터치맵과 지난 시즌 베르너의 터치맵을 보면 활동한 지역이 비슷하다. 다만 토트넘이 더 공격적인 만큼, 손흥민의 공 터치 위치가 약간 더 높게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손흥민이 없는 동안엔 베르너가 대체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텔레그래프도 베르너가 왼쪽, 히샬리송이 최전방에 배치되고 데얀 쿨루셉스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손흥민이 돌아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리그 12골 5도움을 기록 중인 손흥민을 빼놓을 순 없기 때문. '풋볼 트랜스퍼'는 장기적으로 베르너가 히샬리송을 밀어내고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흥민은 중앙 공격수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기에 베르너에게 왼쪽 자리를 양보할 것이란 이야기다.
베르너의 토트넘 데뷔 무대는 오는 1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이 될 전망이다. 현재 토트넘 공격진엔 히샬리송, 브레넌 존슨, 쿨루셉스키, 브라이언 힐밖에 없기에 베르너도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베르너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등번호 16번을 받은 그는 "무엇보다 이 곳에 와서 정말 행복하다. 나는 아주 빅클럽에 합류했다. 나와 토트넘은 이미 상대로 자주 만났다. 내가 첼시나 라이프치히에서 뛰었던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나는 이 팀의 일원이 되어 행복하고 정말 기대된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자신감도 넘쳤다. 베르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나눈 이야기는 정말 좋았다. 내가 토트넘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 전술과 스타일, 그가 원하는 플레이스타일, 팀이 현재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알려줬다. 내게 딱 맞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내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내 속도가 상대팀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알 것이다. 난 첼시 시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다. 다시 우승하기 위해 이 팀에 왔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다만 베르너가 정말로 손흥민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명 베르너의 폭발적인 속도와 플레이 위치, 뒷공간 침투를 노리는 스타일 등은 손흥민을 떠올리게 하지만, 가장 중요한 마무리 단계에서 클래스가 다르기 때문.
텔레그래프는 "베르너는 손흥민과 비슷한 점들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라며 "두 선수의 큰 차이점은 골 앞에서 효율성이다. 베르너는 지난 4시즌간 기대 득점(xG)보다 훨씬 적은 골을 기록했다. 특히 첼시 데뷔 시즌엔 11.45xG에서 6골만 넣었고, 득점 전환율은 7.6%로 한심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매체는 "당시 베르너는 빅 찬스 23개 중 18개를 놓쳤다. 베르너는 그 이후로도 평균 이하의 마무리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로 남아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베르너는 첼시 유니폼을 입고 두 시즌 동안 리그에서만 기대 득점 18.54를 기록했으나 10골을 넣는 데 그쳤다.
손흥민은 베르너와 정반대다. 그는 양발을 완벽하게 사용하며 월드클래스 결정력을 자랑하는 공격수다. 손흥민은 최근 4시즌 중 3시즌 동안 득점 전환율이 20%가 넘었고, 빅 찬스 득점율은 40%가 넘었다.
손흥민의 발끝은 올 시즌에도 여전히 치명적이다. 그의 xG는 7.12에 불과하지만, 실제 득점은 12골이나 된다. 통계의 예상보다 5골을 더 넣은 것. 득점 전환율도 슈팅 52회-12골로 23%에 달한다. 텔레그래프는 "베르너는 손흥민을 포지션적으로는 가깝게 복제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손흥민의 마무리는 따라할 수 없다. 그는 골문 앞에서 무자비하다"라고 지적했다.
90min 역시 "베르너는 첼시 시절 정말 빠른 공격수 중 한 명이었지만, 오프사이드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골대 앞에서 침착하지 못했다"라며 "베르너에겐 득점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다. 그가 골 앞에서 발을 잘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관건은 베르너가 오프사이드를 얼마나 피할 수 있느냐다. 텔레그래프는 "베르너가 온사이드를 지킬 수 있을까? 그는 달리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수많은 골이 취소됐다. 첼시 첫 시즌엔 오프사이드에 42번이나 걸리며 프리미어리그 최다 기록을 썼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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