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드디어 '수비 구멍' 에릭 다이어(29)를 처분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 스포츠 독일' 소속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은 라두 드라구신(21, 제노아) 하이재킹에 실패했다. 이젠 다이어가 가장 선호하는 영입 후보 1순위"라고 전했다.
세부 계약 조건까지 공개했다. 플레텐베르크는 "이미 구두 합의가 완료됐다. 이적료는 약 400만 유로(약 57억 원) 수준이며 계약 기간은 2025년까지에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돼 있다. 거래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어는 2023-2024시즌이 끝나면 토트넘과 계약이 종료된다. 토트넘은 이번 1월 이적 시장에서 다이어를 팔고 새로운 센터백을 영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에 다이어의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29세의 다이어는 2014년 토트넘에 입단해 364경기에 나서 13골 12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숱한 비난에 시달렸다. 수비력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에서 ‘자동문’으로 통할 만큼 기대 이하의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갈 곳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다이어를 향한 비난은 지난해 말 극에 달했다.
2023년 11월 치러진 올시즌 울버햄튼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1-2 패)에 나선 다이어는 패배 원흉으로 지목됐다.
해당 경기에서 토트넘의 출발은 좋았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브레넌 존슨의 데뷔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페드로 포로가 올려준 크로스를 정확하게 마무리하는 깔끔한 득점이었다.
토트넘은 이후로 울버햄튼의 공세에 밀리긴 했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하지만 후반 막판 연속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45분 파블로 사라비아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추가시간 7분엔 마리오 르미나에게 극장 역전골을 얻어맞으며 무릎 꿇고 말았다.
부상과 징계로 빠진 선수들의 공백이 너무나 뼈아팠다. 제임스 매디슨이 빠진 미드필더에선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줄 선수가 없었고, 주전 4명 중 3명이 바뀐 포백은 단단하지 못했다. 미키 반 더 벤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는 퇴장 징계로 나서지 못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에메르송 로얄-벤 데이비스-다이어-페드로 포로로 수비진을 꾸렸다. 전문 센터백이 아닌 데이비스와 오른쪽 수비수가 제 포지션인 에메르송, 주전 경쟁에서 밀린 지 오래인 다이어까지 불안 요소투성이었다.
결국 토트넘은 뒷심 부족으로 무너졌고,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경기 후 "실망스럽다. 막판에 골을 허용한 것이 부끄럽다"라면서 "마지막에 페이스가 떨어져서 울버햄튼에 찬스를 계속 내줬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토트넘 선배 제이미 오하라는 그중에서도 다이어를 호되게 비판했다. 그는 영국 '토크 스포츠'를 통해 "다이어는 두 번이나 실수를 저질렀고, 두 골 모두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했다. 난 그가 어디로 가려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오하라는 "우리는 지난여름에 그를 내보냈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았고, 결국 팀으로 돌아왔다. 이게 문제다. 당신이 없애려 했던 선수들이 결국 다시 경기에 나서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어는 직전 첼시전에서 교체 출전해 나름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곧바로 아쉬운 위치 선정으로 실점 빌미를 제공하며 밑천을 드러냈다.
그런 다이어가 뮌헨과 연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다이어의 ‘충격’ 뮌헨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풋볼 인사이더'는 "뮌헨은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다이어를 영입하려고 한다"라고 보도했다. 다이어는 프로 선수 초반 미드필더로 뛴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매체는 "뮌헨은 다이어를 비교적 저렴한 이적료에 영입할 수 있다. 영입 리스트에 올린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다이어를 팔아도 올 시즌 잔여 경기를 치르는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곧 새로운 센터백 영입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발표만 앞둔 분위기다.
유럽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시오 로마노 기자는 10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드라구신이 뮌헨이 아닌 토트넘으로 향한다"면서 "토트넘이 개선된 제안을 제노아에 했고, 거래는 마침내 성사됐다. 뮌헨은 하이재킹을 노렸지만, 드라구신은 토트넘과 구두합의를 존중했다"고 전했다. 토트넘은 제노아에 3000만 유로(432억 원)선의 금액을 지불할 예정이다.
당초 토트넘이 제노아에 제안한 금액은 2,500만 유로(약 361억)였다. 하지만 제노아 측은 3000만 유로를 원했다. 이에 이적료 줄다리기가 이어졌고, 뮌헨이 하이재킹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토트넘이 뜻을 굽혔다.
드라구신은 과거 유벤투스 유스팀에 몸담고 있다가 2020년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2021~2022년 이탈리아 삼프도리아와 살레르니타나에서 임대 생활을 한 뒤 제노아에서도 잠시 임대로 뛰다가 2023년 1월 완전이적했다.
키가 191cm에 달하는 그는 리버풀의 버질 반 다이크를 롤모델로 삼고 있으며 뛰어난 위치 선정이 강점으로 꼽히는 센터백이다. 드라구신은 올 시즌 세리에A 18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부상도 없는 건강한 몸이란 것이다.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루마니아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이다. 드라구신은 아직 만 21세에 불과하지만, 벌써 대표팀에서 13경기를 치렀다. 오는 6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도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날 유럽이적시장 전문가 잔루카 디마르지오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드라구신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새로운 모험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는 제노아 동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토트넘과 계약을 마무리짓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며 비행기에 몸을 실기 위해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드라구신의 사진을 공개했다.
토트넘은 드라구신을 품지 못할 위기에 직면했지만 이를 잘 넘겼다.
최근 돌연 뮌헨이 끼어들면서 위기감이 생겼다. 9일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뮌헨이 제노아와 이적료 협상을 마쳤다며 드라구신 영입 경쟁에서 토트넘을 추월했다고 전했다. '스카이 스포츠 독일' 역시 뮌헨이 드라구신을 영입 후보 목록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이 드라구신을 하이재킹 당할 위기란 것을 언급한 것이다.
뮌헨은 중앙 수비수 자원을 영입해 여유롭게 수비진을 운용할 계산에서 드라구신을 원했다. 김민재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마티아스 더 리흐트, 다요 우파메카노 두 명만으로 중앙 수비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토트넘이 막판 뮌헨과 드라구신 영입 싸움에서 이겼다. 디마르지오에 따르면 24시간 내 토트넘의 드라구신 영입 발표가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다이어도 곧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내달 막을 내리는 아시안컵을 위해 한국 축구대표팀에 차출돼 있는 '주장' 손흥민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날 수도 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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