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은 9일 "염기훈을 제9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초 수원이 2부 강등 아픔을 겪은 뒤 어떤 지도자가 난파선을 맡을지 궁금해하는 시선이 많았다. 침묵이 이어진 가운데 동계 훈련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염기훈 감독 선임을 전했다.
수원 삼성은 "신임 감독의 조건으로 패배감 극복과 새로운 목표 제시 및 수행, 혼선없는 선수단 개혁 추진, 주요 핵심선수들의 이탈 방지, 구단의 장기적 발전 계획 수행 등을 정했다"며 "복수의 감독 후보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염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고 알렸다.
또 "선수단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염 감독이 당면 문제 해결과 팀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선임의 전권을 갖고 새로운 사단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 재구성 등을 마무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의 계약기간은 오는 2025년까지 2년이다.
OSEN은 지난해 12월 19일 수원 삼성의 염기훈 감독 선임 단독 기사를 보냈다. '강등' 수원 삼성, '레전드' 염기훈과 K리그 2서 승격 도전 [단독]이었다.
그런데 뒤늦은 보도자료에 불편한 내용이 담겨있다.
수원 삼성은 "박경훈 단장이 창단 후 최대 위기 상황을 조속히 타개하고 선수단을 응집시켜 다시금 K리그 1으로 복귀시킬 적임자로 염 감독을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후보를 선정해 고른 끝에 결정했다고 전했다.
박경훈 단장은 갑작스럽게 임명됐다. 구단 관계자들과 상견례를 펼친 것이 9일이었다. 8일 선임된 후 9일 실무자들과 접촉했는데 복수의 후보중 선정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짧고 굵은 고민이라면 가능하지만 승격을 원하는 팀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박 단장의 단장 부임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본인이 알린 바 있다. 수원 삼성 단장 부임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부임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수원 삼성은 염기훈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낙점한 상태였다. 이유는 분명했다. 승격 의지가 강한 구단 뿐만 아니라 선수단이 염기훈 감독에 대한 믿음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염기훈 감독은 비록 지난 시즌 수원 삼성의 K리그 2로 강등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생존 싸움을 펼칠 수 있도록 팀을 이끌었다.
수원 삼성이 감독 선임에 대한 설명이 없자 여러가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떠올랐다. 또 소문은 사실처럼 여겨졌다.
또 염 감독이 강등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감독 승격 가능성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팬들도 많았다. 특히 수원 삼성이 추구하고 있는 '리얼블루'로는 승격이 어렵다고 단정했다.
염 감독은 수원 삼성에서 데뷔한 것은 아니지만 팀의 레전드로 인정 받고 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수원 삼성에 입단했다. 당시 부상을 당했지만 수원 삼성은 염기훈 감독을 예정대로 영입했고 그는 15년간 팀을 위해 뛰었다.
특히 염 감독은 이후 중동 진출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수원 삼성의 '리빙 레전드'가 됐다. 소속 최다출전(416경기), 최다득점(71골), 최다도움(121개)을 비롯해 수원 최다 주장 역임(7시즌) 및 최초 4년 연속 주장(2014~2017) 등 수원 삼성의 다양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염기훈 감독은 축구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따르고 구단 안팎에서의 인성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따라서 수원 삼성은 이미 염기훈 감독과 이미 프로세스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강등 때문에 구단 수뇌부의 변화가 예고됐고 명목상 새로운 대표가 선임하는 것이 구단의 원칙일 수 있다.
그러나 팀을 빠르게 재정비 해야 할 상황에서 프로세스에 대한 부정을 한다는 것은 강등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린 팬들이 진정성을 다시 부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었다. 수원 삼성은 만약 다음 시즌 정말 승격을 원한다면 염기훈 감독에게 강력한 믿음과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 단순히 돈이 아닌 모든 지원이다. 그것이 팀을 위한 최선이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