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32, 토트넘)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봤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월 12일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하는 ‘2023 AFC 아시안컵’에 출격해 무려 64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E조에 속한 한국은 바레인(1월 15일), 요르단(20일), 말레이시아(25일)과 차례로 조별예선을 치른다.
한국대표팀에게는 매우 중요한 아시안컵이다. 하지만 토트넘에게는 최대위기다. 캡틴 손흥민이 한 달 이상 빠지기 때문이다. 올 시즌 손흥민은 12골, 5도움을 올리며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토트넘은 아시안컵에 출전한 손흥민 없이 최대 5경기를 치러야 한다.
토트넘에서 빠지는 선수는 더 있다. 이브 비수마(코트디부아르)와 페페 사르(세네갈) 역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출전해 한달간 자리를 비운다. 올해 네이션스컵은 코트디부아르에서 개최돼 비수마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 공백에 대한 대책을 세웠다. 첼시출신 티모 베르너가 영입직전 단계에 있다. 다만 당장은 손흥민 자리가 매우 크게 느껴진다. 토트넘은 6일 번리와 FA컵에서 졸전 끝에 1-0으로 겨우 이겼다.
번리전을 앞두고 한 영국기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선수들이 시즌 중에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앞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이 출신 선수들을 영입할 때 다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했다. 손흥민이 얼마나 무거움 책임감을 갖고 아시안컵에 임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아시안컵의 중요성을 간과한 유럽중심 사고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는 “난 싫다. (아시아 선수를 뽑지 않으면) 환상적인 재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팀에는 아시아에서 한 세대에 한 번 나오는 선수(손흥민)가 클럽을 대표하고 있다. 우리가 그 대가로 4년마다 5주 정도를 잃는다면 아주 적은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포스테코글루는 “난 국제무대 축구를 사랑한다. 일정이 빡빡해지는 것은 원치 않지만 각국에게는 매우 중요한 대회다. 단순한 축구경기가 아니다. 선수들은 조국을 대표해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다. 물론 쏘니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지만 국가를 대표해서 뛰는 것은 개인적인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손흥민 입장을 변호했다.
포스테코글루는 2015 아시안컵에서 호주대표팀을 이끌며 손흥민과 결승전에서 대결해서 2-1로 이긴 경험이 있다. 아시안컵을 무시하는 질문한 한 기자가 무안할 정도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시안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흥민이 안심하고 대표팀에 전념할 수 있는 이유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