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몰랐던 깜짝인사다. 수원 삼성이 전 KFA 전무이사 박경훈 씨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수원 삼성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경훈 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8대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강원과 시즌 최종전에서 무승부를 기록, K리그 1 12개팀 중 최하위로 시즌을 마치며 직접 강등을 당했다. 1996년 K리그에 뛰어든 후 겪은 수모였다.
결국 수원 삼성은 인적 쇄신이 예고됐다. 이준 대표이사와 오동석 단장이 사임 의사를 내비쳤으나 한 달이 넘도록 후속 인사가 없어 삼성 그룹의 관심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새 시즌 준비를 앞두고 감독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프런트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선수 그리고 지도자 출신은 박경훈 단장을 선임했다.
박 단장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측면 수비수 출신이다. 1984년 포항제철(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 단장은 1992년까지 프로 통산 134경기를 소화했다.
박 단장은 초창기 K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중 한 명이었다. 포항 구단 명예의 전당 초대 헌액자이면서 지난 2013년 K리그가 창설 30주년을 기념해 역대 베스트11을 뽑을 때 홍명보 울산 감독, 최강희 현 산둥 감독, 최순호 현 수원FC 단장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또 박 단장은 국가대표로 1986 멕시코 월드컵과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 나섰다. A매치 총 93경기에 나섰다.
지도자로도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 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아니지만 제주를 맡아 우승을 다투기도 했다.
2010년 FC서울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해 제주가 준우승을 달성했는데 박 감독은 당시 서울 사령탑이었던 포르투갈 출신 빙가다를 제치고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4시즌을 끝으로 제주 지휘봉을 내려놓은 박 단장은 2017년 성남 사령탑으로 1년간 재직했고 2021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선임됐다.
물론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지난해 3월 승부조작범 등 축구인 대사면 사건으로 축구협회가 흔들릴 정도의 위기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다.
이번 박 단장 선임은 구단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선임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삼성 그룹에서 결정한 내용이기 때문에 극비였다"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수원 삼성을 이끌게 됐다. K리그 2에서 승격하기 위해서 박 단장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