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임무는 서울의 가치를 제 자리로 올리는 것".
FC 서울 신임 김기동 감독은 지난 3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임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5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선수단과 처음으로 만남을 가졌다. 곧바로 훈련을 시작했고 서울과 서울 선수단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의 축구 DNA를 심을 준비를 마쳤다.
김기동 감독은 선수들과 만나 "주변에서 '김기동은 잘 할 것이다' 또는 '감독의 무덤인 서울에 왜 가느냐'는 말을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부담보다 설렘이 크다. 올해 분명히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서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 철인으로 유명했다. 1991년 포항에 입단한 뒤 K리그에서 통산 501경기에 나섰다. 역대 필드 플레이어 2위의 기록(1위는 이동국)이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구단에 입단해 성공적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뒤 코치 그리고 감독으로 성공한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2013년 지도자로 처음 나섰던 그는 U23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16년 포항 스틸러스의 수석코치를 맡았으며 2019년부터 포항의 지휘봉을 잡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19, 2020시즌 2년 연속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며 2020시즌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고 2021년에는 팀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는 포항에서 FA컵 우승과 K리그1 2위 등의 성과를 냈다.
K리그의 명장 반열에 오른 그는 '포항맨' 이미지를 벗어나 더 큰 도전을 위해 서울로 향하게 됐다.
새로운 도전을 펼치게 된 김 감독은 "김기동 감독이 특별하다고 하는데 뭐가 특별할지 기대 되느냐?"고 질문한 뒤 "난 특별한 것이 없다. 함께 경기하고 생활하면서 여러분들이 먼저 내게 '다른 선수와 난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여러분의 가치와 능력을 올려줄 것이다. 그럴 자신과 능력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수들에게 해줄말은 간단하고 분명하다. 나는 마술사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 본인이 최선을 다해 자신의 것을 모두 꺼내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가치를 올려줄 수 없다. 일타강사처럼 내가 스텝업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노력을 하면 함께 가치를 올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그동안 제가 선수들과 함께 했던 것이고 앞으로 서울에서도 선수들과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저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서울은 최근 몇 년간 부진한 성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수준 높은 선수들이 존재하고 그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믿고 있었다.
김 감독은 "능력이 있는 선수들은 간단한 것만 알려줘도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존재하지만 서울에는 잠재력이 높은 선수들이 많다"라면서 "물론 동계훈련을 통해 더 세밀하게 분석을 해야 한다. 당장 올림픽 대표팀과 국가대팀에 선수들이 차출되어 걱정도 크지만 차출된 선수들은 능력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함께 많이 대화하고 노력하면 정말 좋아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일류첸코, 임상협, 팔로세비치, 이승모 등 서울에는 포항에서 동고동락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김기동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다.
김기동 감독은 "일류첸코가 감독님께서 오셔서 자기는 모든 걱정이 없어졌다고 하더라. 선수들에게도 감독님을 믿고 따르자고 먼저 이야기 했다고 한다. 또 함께 오랜시간을 보낸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추구하는 축구를 더 빠르게 알릴 수 있다. 저와 코칭 스태프 뿐만 아니라 이미 저를 경험한 선수들이 동료들에게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저는 강압적으로 하지 않는다. '내가 리더이니 나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주의가 아니다"라면서 "선수들의 성향을 존중한다. 장점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선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신의 장점을 잘 발휘하려면 선수 스스로 알아내야 하고 밖으로 표출해야 한다. 나는 그런 부분을 도와주는 존재다. 물론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고 올바르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는 것이 저의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장점을 이끌어 내는 것"
김 감독은 "선수생활 하며 12분의 감독님께 배웠다. 또 23세 이하 대표팀과 포항에서 코치를 하며 신태용 감독님과 최순호 감독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여러 지도자들을 경험하면서 저 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수들을 향한 관심이었다. 제가 원하는 축구를 하려면 선수들과 잘 호흡해야 한다. 전술적인 준비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선수들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고 또 경기장에서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서울의 감독은 정말 저에게 큰 도전이다. 새로운 도전이자 중요한 시험이다. 저도 더 발전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김기동 감독은 "서울만의 문화에 대해 외부에서 들었다. 하지만 아직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며 "존중해야 할 부분은 존중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화를 통해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서울은 분명 좋아질 수 있는 팀이다. 다시 서울의 영광과 가치를 다시 제 자리로 올리는 것이 이제 저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 10bird@osen.co.kr
[사진] 서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