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 만의 아시안컵 제패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가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이라크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한국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본 무대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모의고사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이날 한국은 4-1-4-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오현규가 최전방에서 득점을 노렸고 정우영-홍현석-황인범-이재성이 공격 2선에 섰다. 박용우가 홀로 포백을 보호했고 이기제-김영권-정승현-설영우가 포백을 꾸렸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해외파 선수들은 대부분 휴식을 취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등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라크는 중동의 강호답게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해외파들이 대거 제외되긴 했지만, 한국은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전반 39분 터진 이재성의 환상적인 중거리 선제골이 유일한 득점이었다.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조규성, 김민재를 한 번에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더 공격적으로 나서던 한국은 후반 21분 페널티킥 기회를 얻는가 싶었다. 이강인이 전방으로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뿌렸고, 침투하던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골키퍼에게 걸려 넘어졌다. 느린 화면으로 보면 분명한 반칙이었으나 주심은 단호하게 반칙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경기 막판엔 이강인이 퇴장당하는 변수까지 발생했다. 후반 40분 이강인이 공 경합 과정에서 이라크 아흐메드 예히야와 충돌했다. 이강인은 상대에게 얼굴을 맞는 피해자였지만, 주심은 둘 다에게 경고를 꺼내 들었다. 이미 경고가 한 장 있던 이강인은 황당하게 퇴장당하고 말았다.
대한축구협회(KFA)는 "한국 선수가 A매치에서 퇴장당한 건 2016년 10월 수원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와 경기에서 홍정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이후 7년 3개월 만의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KFA는 "경기 숫자로는 96경기 만이다. 이강인은 한국 A매치 통산 45번째 퇴장을 기록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며 승리를 지켜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9월 사우디아라비아전(1-0)을 시작으로 튀니지전(4-0), 베트남전(6-0), 싱가포르전(5-0), 중국전(3-0), 이라크전(1-0)까지 20득점 0실점으로 6연승을 질주했다. 웨일스전 0-0 무승부까지 포함하면 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KFA에 따르면 이는 한국 대표팀 A매치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1위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작성한 2015년 8월 동아시안컵 북한전(0 -0)부터 2016년 3월 월드컵 예선 쿠웨이트전 몰수승(3-0승)까지 10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이다.
2위는 1970년 한홍기 감독 시절 8경기, 또 다른 공동 3위(7경기 연속 무실점)는 1978년 함흥철 감독과 1989년 이회택 감독이 지휘하던 때 나온 기록이다.
뜻깊은 기록을 쓴 클린스만호지만, 숙제도 분명했다. 김민재 대신 오랜만에 김영권-정승현이 선발로 나선 수비 라인은 불안함을 노출하곤 했다. 이재성의 선제골 직후 동점골을 내줘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시아 정상을 위해선 일본과 이란, 호주 등 더 강력한 공격진도 모두 막아내야 하기에 수비 안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finekosh@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