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가 수적 열세를 딛고 이라크를 잡아내며 마지막 모의고사를 마쳤다. 이제 대표팀은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나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6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러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마지막 모의고사를 승리로 장식하며 아시안컵 준비를 마쳤다.
핵심 해외파 뺀 한국, 생소한 조합으로 선발 구성
한국은 이 경기 4-1-4-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오현규가 최전방에서 득점을 노렸고 정우영-홍현석-황인범-이재성이 공격 2선에 섰다. 박용우가 홀로 포백을 보호했고 이기제-김영권-정승현-설영우가 포백을 꾸렸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이라크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모하나드 알리가 최전방에 섰고 몬타데르 마드제드-알리 자심-이브라힘 바예시가 공격 2선에 나섰다. 아미르 알 암마리-오사마 라시드가 중원을 채웠고 메르차스 도스키-알리 아드난-사드 나티크-후세인 알리가 포백을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자랄 하산이 꼈다.
전반 2분 이라크가 먼저 기회를 만들었다. 바예시가 빠르게 박스 안으로 들어가 슈팅했지만, 김승규가 이를 막아냈다.
이라크가 다시 기회를 맞았다. 전반 14분 프리킥 찬스에서 알 암마리가 킥을 처리했고 나티크가 박스 깊숙한 곳에서 슈팅으로 연결했다. 김승규가 안전하게 잡아냈다.
한국도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전반 19분 오른쪽 측면에서 설영우가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정우영이 달려들어 헤더로 연결했다. 골키퍼 하산이 막아냈다.
뒤이어 전반 23분 다시 한국이 찬스를 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이기제가 올린 크로스를 오현규가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만들었다.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한국이 선제골을 터뜨리는 듯했다. 전반 30분 오현규가 혼전 상황에서 집중력을 유지해 골망을 흔들었지만, 앞선 상황 파울이 선언돼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전반 36분 다시 한국이 아쉬움을 삼켰다. 이재성이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준 패스를 받은 오현규가 곧장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한국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39분 오른쪽 측면에서 건넨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박스 바깥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그대로 골문 구석에 꽂혔다.
전반전 추가시간 1분이 주어졌지만, 추가 득점 없이한국의 1-0 리드로 마무리됐다.
해외파 5인+김태환 교체 투입, 이강인 퇴장 변수에서 1-0 승리
후반전 시작과 함께 클린스만 감독은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5자리를 바꿔준 한국은 조규성,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을 투입하면서 오현규, 이재성, 홍현석, 정승현, 정우영을 벤치로 내렸다.
후반 21분 한국이 기회를 잡았다. 전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박스 안으로 침투해 골키퍼를 따돌리는 과정에서 걸려 넘어졌지만, 파울은 선언되지 않았다.
후반 22분 한국은 설영우 대신 김태환을 투입했다.
한국이 다시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28분 왼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가 최전방의 조규성을 찾았지만, 터치가 길었고 끝내 슈팅 기회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국이 득점과 가까운 장면을 만들었다. 후반 30분 이강인이 지켜낸 공을 김태환이 전방으로 연결했고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잡아낸 뒤 황희찬에게 패스했다. 골키퍼가 손흥민을 막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 황희찬이 곧장 슈팅했지만, 몸을 날린 수비가 막아냈다.
뒤이어 후반 31분 한국이 코너킥 상황에서 찬스를 만들었다. 왼쪽 측면에서 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을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했다. 공은 골키퍼가 쳐냈다.
후반 38분 한국이 다시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왼쪽 측면에서 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이 박용우를 찾았고 박용우는 그대로 헤더로 연결했다. 공은 크로스바를 넘겼다.
후반 40분 변수가 발생했다. 공 경합 과정에서 이강인이 이라크의 25번, 아흐메드 예히야와 충돌했다. 앞서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이강인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추가시간 3분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한국은 1-0 승리를 챙겼다.
선발 명단이 왜 이래?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다!
답답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전반전 이러한 라인업을 꺼내든 덴 이유가 있다. 한국이 E조에서 1위로 토너먼트로 향하고 이라크가 D조에서 2위를 기록한다면 두 팀은 16강에서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이번 대회 역대 최고의 전력으로 임한다. 다수의 해외파와 국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함께 조화를 이룬다.
해외파 선수들은 활발히 리그 일정을 치르던 도중 대표팀에 합류한 반면 국내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시즌이 다 종료된 뒤 대회에 나선다. 길게는 40일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도 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선 경기와 경기 사이 일정이 길어 여유가 있지만, 토너먼튼에 돌입하게 되면 경기 일정은 빡빡해진다. 일어날 수 있는 변수가 많아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 팀 구성원 전체들의 컨디션을 일정하게 맞출 필요가 있다.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선수들의 부상도 예방한 한국이다.
중동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이 경기가 '디폴트'...적절했던 '예방주사'
이라크전은 중동 징크스 극복을 위한 첫 단추로 열리는 시험 무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은 유독 중동의 피지컬을 앞세운 거친 압박과 침대 축구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라크전서도 그것을 넘어서고 공략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였다.
중동 특유의 거친 몸싸움과 의아한 심판 판정이 겹쳤다. 경기 자체는 무난했다. 단 조별리그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지독하게 만나야 하는 중동 특유의 플레이가 다시 한 번 한국을 괴롭혔다. 전반전 로테이션을 가동한 한국은 상대의 거친 볼 경합에 당황한듯 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이재성의 중거리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질 뻔 했다. 특히 최전방에 있는 오현규가 가장 심하게 고전했다.
한국은 이 경기 '평정심 유지의 중요성'도 되새길 수 있었다.
경기 막판 아흐메드 예히야의 거친 플레이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이강인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상대는 경고에 그친 다소 억울한 장면이지만, 이로 인해 중동의 편파 판정, 평정심을 유지해야만 하는 강팀의 숙명도 어느 정도 경험했다.
64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일반적으로 한 수 아래 전력의 팀을 만난다. 상대가 끈질기게 거친 반칙을 범해 우리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는 '도발' 작전이 나올 수 있다.
이라크전은 앞으로 아시안컵서 한국이 만날 중동 팀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단 한국은 이라크를 1-0으로 제압했다. 적절했던 예방주사까지 맞은 한국은 카타르 입성 전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이제 대표팀은 아시아 정상 탈환을 위한 일정에 돌입한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