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많이 넣어줬으면."
'아시안컵 차출'로 토트넘을 잠시 떠나면서 했던 손흥민(32)의 당부다. 토트넘 선수들은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골 찬스를 무수히 많이 날렸다. 손흥민이 당부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토트넘은 6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FA컵 3라운드(64강) 번리와 경기에서 페드로 포로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손흥민 없이도 토트넘은 승리를 거뒀다. 그는 13일 카타르에서 막을 올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지난 3일 합류했다.
이날 주장 완장은 중앙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찼다.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모두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연 팀은 번리였다. 전반 3분 테일러의 크로스를 자로우리가 박스 밖에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골과 연이 닿지 않았다.
연이은 번리의 공격이 나왔다. 전반 7분 오도베르가 포스터의 패스를 받아 회심의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이는 선방에 막혔다.
토트넘이 본격적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존슨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그는 전반 10분 박스 왼쪽에서 수비 한 명을 개인기로 제친 뒤 오른발로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마지막 골키퍼를 뚫지 못했다.
전반 14분 이번엔 히샬리송이 토트넘의 공격을 이끌었다. 기가 막힌 침투패스를 받은 히샬리송은 박스 안 왼쪽에서 골대를 보고 공을 날렸지만 정확도가 부족했다. 힘없이 공은 골키퍼 품으로 향했다.
토트넘의 공격은 계속됐다. 전반 17분 로 셀소가 원터치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노렸지만 허공을 갈랐다.
번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 26분 암도우니가 2대1 패스로 토트넘 수비를 뚫고 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찬스는 증발됐다. 슈팅은 하늘 위로 향했다.
토트넘이 분위기를 가져왔다. 전반 31분 포로의 크로스를 받은 존슨이 왼발로 번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아쉬운 건 슈팅의 정확도가 살짝 부족했다.
전반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토트넘이 후반전 공격을 먼저 시도했다. 후반 5분 히샬리송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격 찬스에서 쿨루셉스키가 최종적으로 마무리지었다. 박스 바깥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득점은 탄생하지 않았다.
번리도 후반 6분 오도베르의 패스를 받은 쿨렌이 회심의 중거리포를 시도했지만 유효슈팅조차 되지 않았다.
토트넘은 공격을 퍼붓고도 좀처럼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골결정적 부재 때문이다.
토트넘이 드디어 골을 넣었다. 후반 33분 전방 압박으로 공을 빼앗은 포로는 하프 스페이스 오른쪽 부근에서 마음먹고 중거리포를 날렸다. 이는 번리의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후반 40분 토트넘은 쐐기골을 노렸다. 박스 안에서 힐의 패스를 건네받은 세세뇽이 팀의 2번째 골은 노렸지만 골키퍼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는 토트넘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토트넘이 승전고를 울렸지만, 숱한 기회 속 한 골만 넣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을 법하다.
축구 통계 업체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이날 토트넘은 슈팅 16개를 시도했다. 이중 7개가 유효 슈팅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단 한 골 나왔다. 골결정력만 높았다면 1골보다 더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번리는 슈팅 10개를 시도해 딱 하나 유효슈팅으로 남겼다.
손흥민은 지난 3일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토트넘을 떠날 때 동료들에게 당부한 것이 있다. 득점을 최대한 많이 넣어야 한다는 것.
지난 1일 손흥민은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본머스전에서 1골을 기록, 새해 축포를 쏜 뒤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사타구니 수술을 받고 돌아와 최근 5경기에서 5골을 넣은 히샬리송을 포함한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그에 앞서 그들은 내 가족이자 팀 동료다. 그렇기에 많은 골을 기록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지금은 뮌헨 소속이지만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 일원이었던) 케인이 부상으로 인해 몇 경기 결장했을 때 내가 더 나서야겠다고 느꼈다. 우리 선수들도 그런 느낌을 받길 바란다. 그렇다면 사람으로서, 또 선수로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히샬리송을 언급했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은 최근 환상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가 골 욕심을 더 부리길 바란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공격적인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많은 골을 넣고 토트넘이 더 나은 위치에 있길 바란다. 그 이상 더 바랄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번리전에서 토트넘 선수들은 손흥민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못했다. '83분 소화' 히샬리송의 침묵 속 수많은 기회를 날리고 단 한 골차 승리만 거뒀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