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판 미드필더’로 성장한 구보 다케후사(23, 레알 소시에다드)가 곧 막을 올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차출에 불만을 표출해 스스로 비난을 자초했다. 반면 오히려 아시안컵으로 인해 ‘에이스’ 손흥민(32, 토트넘)과 잠시 이별한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대표팀 자리를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대표팀과 거리가 있는 프로팀 감독이 더욱 대표팀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이다.
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13일 막을 올려 약 한 달 동안 진행된다.
일본은 14일 베트남전을 시작으로 이라크, 인도네시아와 차례로 맞붙는다.
아시안컵 일본 최종 명단에 든 구보는 최근 ‘망언’을 했다. 그는 지난 2일 알라베스와 라리가 19라운드를 마치고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곳은 소시에다드다. 하지만 아시안컵은 강제 차출 대회이기에 나갈 수밖에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해 뭇매를 맞았다. 대표팀에 대한 예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이후 구보의 부상 소식까지 들려왔다.
소시에다드는 4일 “구보가 경기를 소화하던 중 왼쪽 허벅지를 다쳤다”라고 전했다. 알라베스전에서 선발 출전한 구보는 경기 종료 직전 다쳤다.
구단에 따르면 구보는 일단 일본 대표팀으로 넘어가 부상 치료에 전념한다.
구보의 부상이 심각하다면 개막 전까지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스페인 매체 ‘아스’는 그의 근육 부상이 경미하다고 전했다. 통산 5번째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는 일본이 ‘대형 악재’를 피한 셈이다.
일본대표팀이 들으면 서운해할 말을 내뱉었지만 구보는 대표팀에 필요한 인재다. 그는 올 시즌 라리가에서 6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도움을 더하면 공식전 6골 4도움 성적표를 작성하고 있다. 최근 축구 이적 시장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그를 가장 몸값 높은 아시아 선수(약 860억 원)로 선정하기도 했다.
가슴을 쓸어내린 일본 네티즌들은 구보를 무리시키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 매체 ‘히가시스포웹’에 따르면 일본 팬들은 ‘구보에게 더 회복할 시간을 줬으면 한다’, ‘무리는 금물이다’, ‘큰 부상이 아니라 다행이다’, ‘차라리 소시에다드에서 치료를 받고 왔으면’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보는 토트넘 ‘수장’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5일 번리와 2023-2024시즌 FA컵 3라운드를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아시안컵 차출로 인해 구단이 일시적 손실을 보지만 대표팀에서 뛰는 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시아 간판’인 선수가 우리 팀에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손흥민이다. 손흥민의 이탈은 (지금 당장) 큰 손실이지만 우리가 4년마다 5주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손흥민을 잃는다고 생각하면 어쩌면 아주 작은 대가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위대한 선수를 데리고 있는데, 아시아컵 차출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단 뜻이다.
이어 “나는 대표팀 경기를 좋아한다. 달력에 일정이 빽빽하게 들어찬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시안컵은 경기에 나서는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대회다. 그 사실을 사람들은 이해해야 한다”며 “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은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뛰는 것은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발전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강조했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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