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개막을 코앞에 두고 일본 축구대표팀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간판’ 미드필더 구보 다케후사(23, 레알 소시에다드)의 갑작스런 부상 소식 때문이다.
소시에다드는 4일(이하 한국시간) “구보가 경기를 소화하던 중 왼쪽 허벅지를 다쳤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알라베스와의 라리가 19라운드(1-1 무)에 선발 출전한 구보는 경기 종료 직전 다쳤다.
구단에 따르면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든 구보는 일단 일본 대표팀으로 넘어가 부상 치료에 전념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현지시간으로 12일 개막해 내달 10일 막을 내린다. 구보의 부상이 심각하다면 개막 전까지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통산 5번째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는 일본에 ‘대형 악재’다.
부상 전까지 구보의 올 시즌 경기력이 좋았기에 일본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는 라리가에서 6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도움을 더하면 공식전 6골 4도움 성적표를 작성하고 있다. 최근 축구 이적 시장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그를 가장 몸값 높은 아시아 선수(약 860억 원)로 선정하기도 했다.
앞서 구보는 최근 ‘망언’을 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는 “시즌 중 아시안컵이 열리는 것은 유감”이라며 “나에게 월급을 주는 곳은 소시에다드다. 하지만 아시안컵은 강제 차출 대회이기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해 뭇매를 맞았다. 대표팀에 대한 예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14일 베트남전을 시작으로 이라크, 인도네시아와 차례로 맞붙는다. 구보 출전 여부가 경기 때까지 화두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라이벌’ 한국의 분위기는 최상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최정예’ 멤버로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다. ‘주장’ 손흥민(토트넘)부터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이 리그에서 상한가를 찍고 대표팀으로 넘어왔다.
손흥민은 12월달에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4골 4도움을 올리며 이달의 선수 후보에 올랐다. 황희찬은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2골 1도움)를 기록한 뒤 클린스만호에 합류했다.
EPL 전반기에만 12골을 넣어 득점 감각이 물올라 있는 손흥민이다.
‘데일리메일’은 지난 4일 축구통계전문 ‘옵타' 기록을 바탕으로 EPL 전반기 ‘최고의 피니셔’ 상위 5인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손흥민이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용된 기록은 선수 별 기대 득점(expected goals·xG)이다.
매체는 xG보다 더 많은 득점을 성공시킨 선수를 나열하면서 손흥민을 1위에 올려놓았다.
현재 EPL 득점 1위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두 명이다. 나란히 14골을 기록했다. 그다음에 12골을 터트린 손흥민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 메일'은 이번 시즌 가장 압도적인 득점원으로 홀란과 살라가 아닌 손흥민이라고 소개했는데, 그가 xG 7.1보다 4.9골을 더 터트리며 12골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기회 창출 등을 통해 7.1골을 넣을 것이란 기대치보다 약 5골을 더 넣은 것이다. 마무리 능력이 뛰어나단 지표다.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은 올 시즌 벌써 EPL에서 12골을 기록했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자 공격에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5경기에선 3골3도움을 기록했다. 기대 득점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훌륭한 경기력”이라고 설명했다.
황희찬은 최근 EPL 2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19라운드 브렌트퍼드전(4-1 승)에서 황희찬은 멀티골을 작렬했다. 그는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14분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골키퍼로부터 공을 빼앗아 골을 넣었다. 이어 2-1로 리드 하는 상황이던 전반 28분엔 왼발로 한 번 접는 개인기로 상대 골키퍼를 완전히 속인 뒤 오른발 슈팅으로 멀티골을 완성했다.
이어 20라운드 에버튼(3-0 승)과 경기에선 1도움을 올리며 팀의 3-0 완승에 힘을 보탰다. 팀이 1-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점하던 후반 8분, 오른쪽 측면에서 기가 막힌 스루 패스를 건네받은 황희찬은 반대편에 있던 쿠냐에게 ‘총알 패스’를 건넸다. 쿠냐는 어렵지 않게 득점에 성공했다. 리그 3호 도움이자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이강인은 더 높이 솟아올랐다. 4일 2023 트로페 데 샹피옹(프랑스 슈퍼컵) 툴루즈와 경기(2-0 승)에 나서 결승골을 작렬, 최우수 선수(MOM) 영광까지 않은 뒤 대표팀으로 향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PSG에서 뛰며 2022년 직전 대회에서 MOM을 수상한 메시 아래 이강인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새겼다.
이강인의 결승골 활약 덕분에 PSG는 통산 12번째 슈퍼컵 우승을 차지했다. 트로페 데 샹피옹은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과 프랑스 쿠프 드 프랑스(FA컵) 우승팀이 만나 트로피 주인공을 가리는 대회다.
풀타임 출전한 이강인은 일등공신이 됐다.
이강인은 전반 3분 만에 득점을 올렸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올려준 뎀벨레의 논스톱 크로스를 이강인이 쇄도해 들어가면서 왼발로 방향을 살짝 바꾸는 슈팅을 시도, 골망을 갈랐다.
이 골로 PSG는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갔다.
이강인은 PSG에서 전반 44분 터진 추가골도 기점 역할을 했다. 역습 상황에서 중원에 위치해 공을 소유하던 그는 빠르게 왼쪽으로 공을 내줬다. 이를 받은 바르콜라가 가운데에 있던 음바페에게 다시 패스했다. 그는 수비수를 개인기로 따돌리고 팀에게 골을 선물했다.
이강인의 득점이 결승골이 되면서 PSG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축구통계사이트 ‘소파스코어’는 이강인에게 평점 8점을 부여했다. 이는 하키미(8.8점), 돈나룸마(8.5점)에 이어 팀 내 3번째로 높은 점수다.
이강인은 이날 1골을 비롯해 슈팅 2개, 패스 정확도 96%(48/50), 기회 창출 1회, 롱볼 성공률 67%(2/3회), 지상볼 경합 성공 57%(4/7)를 기록했다.
이강인은 지난해 7월 PSG에 입단한 이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손흥민-황희찬-이강인'을 필두로 클린스만호는 1960년 제2회 아시안컵 이후 64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6일 오후 10시 UAE의 뉴욕대 아부다비 스타디움에서 이라크와 평가전을 치른다. 아시안컵에서 상대할 중동 팀과 대결을 대비하는 취지에서 이번 대결이 성사됐다.
아부다비에서 담금질을 끝내면 클린스만호는 오는 10일 결전지인 카타르에 입성한다.
1월 15일 한국은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치른다. 이후 1월 20일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맞붙고, 1월 25일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와 만난다.
한국이 만약 E조 1위를 차지하면 16강 상대는 D조 2위다. 일본·인도네시아·이라크·베트남 중 한 팀이다. 조 2위를 하면 사우디아라비아·태국·키르기스스탄·오만이 속해있는 F조 1위와 맞붙는다.
아시안컵은 24개국이 출전해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 2위 12개국은 16강으로 향한다. 또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도 16강행 티켓을 따낸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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