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의 솜방망이 처벌이 국제망신을 사고 있다.
필리핀 아시아쿼터선수 렌즈 아반도(26, 정관장)는 지난달 28일 소노전에서 크게 다쳤다. 리바운드를 위해 점프했던 아반도를 치나누 오누아쿠가 두 팔로 밀었다. 바닥에 크게 떨어진 아반도는 요추 3-4번 골절과 손목인대 염좌의 중상을 당했다. 뇌진탕 의심까지 있었다. 아반도는 최소 4주간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누아쿠가 고의로 아반도를 밀친 정황이 명백했다. 하지만 오누아쿠는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었다. 화가 난 아반도 측은 법정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KBL의 일처리는 더욱 어이가 없다. KBL은 30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오누아쿠에게 출전금지 없이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내렸다. 해당 경기에 투입했던 심판진 3명은 경고 조치에 그쳤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가해자는 가벼운 벌금에 그치고 피해자는 선수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대릴 먼로의 부상으로 외국선수 한 명만 뛰고 있는 정관장은 비상이 걸렸다.
아반도는 필리핀 대학시절 MVP를 수상했고 필리핀 국가대표로 ‘농구월드컵 2023 마닐라’까지 뛰었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에서 아반도는 유명인사다. 아반도 덕분에 KBL을 챙겨보는 필리핀 팬들이 늘었다. 안양체육관에 아반도를 보러 온 필리핀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반도 사건은 필리핀 언론에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아반도가 법적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이미 다수의 필리핀 언론 1면을 장식하고 있다. KBL의 안일한 대처에 필리핀 팬들도 분노하고 있다.
필리핀 ‘ABS-CBN뉴스’는 3일 한국언론을 인용하며 “아반도의 에이전트가 변호사의 자문을 얻어 법적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아반도에게 파울을 범한 오누아쿠는 개인적인 사과도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기자도 필리핀 기자들에게 아반도의 상태를 묻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한 필리핀 기자는 “아반도는 필리핀에서도 인기가 많은 선수다. 오누아쿠의 태도도 문제지만 KBL의 징계수위에 더 분노한 필리핀 팬들이 많다”고 전했다.
KBL 10개 구단이 모두 필리핀 선수를 한 명씩 보유하고 있다. 필리핀 선수들은 뛰어난 개인기와 득점력으로 전력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필리핀 팬들도 자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꾸준히 체크하며 KBL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BL은 오누아쿠를 솜방망이 처벌하며 팬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앞으로 고의로 상대선수를 다치게 하는 선수가 나오더라도 강하게 처벌할 근거가 없다. 모처럼 KBL에 생긴 필리핀 팬들의 국제적 관심도 오누아쿠 사태로 모두 식을 위기다. KBL이 국제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