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 엘랑가(22, 노팅엄 포레스트)가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충격에 빠뜨렸다.
노팅엄은 31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PL) 20라운드에서 맨유를 2-1로 제압했다. 연승을 달린 노팅엄은 승점 20점으로 리그 15위가 됐고, 맨유는 승점 31점으로 7위에 머물렀다.
예상과 달리 노팅엄이 주도한 경기였다. 전반 내내 몰아치던 노팅엄은 후반 19분 니콜라스 도밍게스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맨유도 후반 33분 마커스 래시포드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거기까지였다.
최후의 승자는 노팅엄이었다. 후반 37분 역습 상황에서 엘랑가가 우측을 돌파한 뒤 중앙의 모건 깁스화이트에게 패스했다. 깁스화이트는 공을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트렸다. 노팅엄이 리그에서 맨유를 꺾은 건 지난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일이다.
경기 후 맨유는 충격에 빠졌다. 직전 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3-2 대역전승을 거두며 자신감에 가득 차 있던 상황이기 때문. 최근 사령탑까지 누누 산투 감독으로 교체한 하위권 노팅엄 상대 패배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은 "결과는 분명히 실망스럽다. 1-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균형을 맞췄고, 잘했으나 역습으로 실점을 허용했다. 불필요한 패배였다"라며 "경기력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라고 채찍질했다.
맨유 팬들을 더욱 화나게 한 장면도 있었다. 지난여름 맨유를 떠나 노팅엄으로 이적한 엘랑가가 결승골 직후 셀러브레이션을 아끼지 않은 것. 그는 맨유 유스 출신이지만, 깁스화이트의 골을 도운 뒤 크게 환호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누누 감독과 길게 포옹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엘랑가의 셀러브레이션을 보고 충격받았다. 그는 친정팀을 상대로 셀러브레이션을 펼치며 조용하게 기뻐하지 않았다. 예전 인연들이 있을 자리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라고 강조했다.
엘랑가의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후반 42분 교체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노팅엄 팬들을 향해 충성심을 자랑했다. 그는 가슴팍에 새겨진 노팅엄 구단 로고를 가리키며 환호를 받았다.
반대로 맨유 팬들은 이를 보고 격분했다. 영국 '더 선'에 따르면 팬들은 "노팅엄 엠블럼을 가리키다니.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엘랑가는 뱀이 따로 없다", "정말 괴짜 같은 녀석" 등의 댓글을 남기며 비꼬았다.
한편 엘랑가는 노팅엄 이적 후 훌륭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리그 4골 6도움을 기록하며 단숨에 노팅엄 에이스로 등극했다. 리그 1골에 그치고 있는 라스무스 호일룬, 앙토니 마샬 등 맨유 공격수들보다 훨씬 나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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