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은 노르웨이 축구를 대표한다. 지금 이 시대 최고 골잡이로 각광받는다. 노르웨이 축구계가 보물로 추앙할 만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손흥민과 홀란의 공통점은 또 있다. 똑같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옥좌에 한 번씩 앉은 바 있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23골)에, 홀란은 2022-2023시즌(36골)에 각각 골든 부트를 품에 안았다.
손흥민과 홀란은 ‘축구 변방’ 출신으로 세계 축구계 핵심인 EPL에 진출했다는 점에서도 같은 맥으로 이어진다. 손흥민의 모국인 한국과 홀란의 조국인 노르웨이는 모두 세계 축구 중심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 세계 랭킹을 보면 쉽게 나타난다. 한국은 23위(이하 2023년 12월 21일 기준)이며, 노르웨이는 44위다. 외연을 좁혀 권역별로 봤을 때, 한국은 AFC(아시아축구연맹) 46개 회원국 3위며, 노르웨이는 UEFA(유럽축구연맹) 55개 회원국 중 24위다.
EPL 2023-2024시즌에도, 손흥민과 홀란은 기염을 내뿜으며 두 나라 – 한국·노르웨이 - 국민의 자부심을 한껏 부풀린다. 득점 레이스를 보면 쉽게 엿볼 수 있는 두 사람의 서슬 시퍼런 골 사냥이다. 득점 레이스에서, 홀란은 선두(14골)를 내달린다. 손흥민은 세 걸음 차로 공동 4위(11골)에 자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여덟 살이 적은 홀란이 연부역강함을 나타내는 형세다.
하기야 요즘 같아서야, 홀란의 용솟음치는 기세를 그 누가 잠재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엄청난 페이스로 골을 터뜨리며 각종 골 기록을 양산하는 홀란의 몸놀림은 경악스러움마저 자아낸다. 그 홀란이 자신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아로새겼다. 2023년을 총총히 수놓은 많은 별 가운데 가장 화려하게 빛난 별로 떠올랐다.
IFFHS 선정 2023 월드 베스트 플레이어 영광… 메시도 음바페도 제쳤다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이틀 뒤면 새해다. 2023-2024시즌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건만, 2023년은 이제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그 끝자락에서, 홀란은 눈부시게 빛났다. 세계 축구 역사와 통계를 관리하는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선정한 2023 월드 베스트 플레이어의 주인공은 다름없는 홀란이었다.
홀란은 208점을 획득해 여유 있게 최고위에 올랐다(표 참조). 자신은 물론 부모지방(父母之邦)인 노르웨이에도 최초의 IFFHS상을 안기는 기쁨과 감격을 누렸다. 2023년,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 새 지평을 연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 선봉장으로서 맹활약한 공로를 공인받은 수상이었다. 올 한 해, 맨체스터 시티는 본 마당인 EPL과 FA컵을 비롯해 UEFA 챔피언스리그, FIFA 클럽 월드컵, UFFA 슈퍼컵을 휩쓸고 5관왕에 오르며 잉글랜드 축구사에 새로운 장을 창출했다.
IFFHS 선정 월드 베스트 플레이어상은 1988년 제정됐다. FIFA의 요청에 따라, 1990~2019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통합됐다가 2020년부터 다시 분리돼 독자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그만큼 연륜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는 상이다. 2020년과 2021년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가 2년 연속 수상했고, 2022년엔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가 영광의 얼굴이 된 바 있다.
홀란은 지난해에 비해 놀라운 비약으로 2023년의 주인공이 됐다. 2022년엔 불과 5점을 얻어 5위에 그쳤던, 단지 이름을 올렸다는 데에서만도 성취감을 느꼈던 홀란으로선 금석지감을 느낄 만하지 않을까?
단 1년 만에 나래를 활짝 펴고 날아오른 홀란의 상상을 초월하는 비상 앞에서, 뚜렷한 맞수를 찾기가 힘들었다. 홀란과 당대 최고 골잡이를 다투는 킬리안 음바페 (25·파리 생제르맹)도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105점을 얻은 음바페는 홀란과 현격한 차이(103점)를 보이며 2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메시에게 양보(?)해야 했던 맨 윗자리를 올해엔 홀란에게 내주며 2년 연속 ‘2위의 설움’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메시도 주역을 내주고 조역(3위·85점)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2023-2024시즌 완연하게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절정의 골 솜씨를 보이는 손흥민이다. 1년 뒤 2024년의 끝자락에서, 전성기 기량을 되찾은 손흥민이 ‘닮은꼴’ 홀란을 제치고 한 해의 최고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