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의 멀티 플레이어 레이나 토코쿠(24)의 성장세를 ‘세계적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인정했다.
레이나는 지난 2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첫 경기 정관장전에서 데뷔 후 개인 최다 15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3-0(25-23, 25-22, 25-17) 완승을 이끌었다. 블로킹 3개도 개인 최다 기록.
1세트 초반 상대 목적타에 흔들리는 듯했지만 리시브 이후 빠른 공격 전환으로 점수를 내며 반격했다. 2세트에는 블로킹을 2개나 잡아내면서 5점을 냈다. 마지막이 된 3세트에는 파워풀한 백어택도 하나 성공하며 7점을 몰아쳤고, 흥국생명의 셧아웃 승리를 만들었다.
공수에서 V-리그 데뷔 후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경기 후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레이나가 2경기 연속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이고, 어떤 서브를 받을지에 대한 정보를 계속 줬다. 리시브뿐만 아니라 수비 블로킹이나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고 평가했다.
레이나는 주 포지션이 아웃사이드 히터이지만 주축 선수들이 부상이거나 컨디션 난조로 문제가 있을 때 미들 블로커나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도 들어간다. 팀 사정상 여러 포지션을 계속 넘나드는 어려움이 있지만, 시즌 초반 리그 적응기를 거쳐 이제는 어느 자리에서든 만능키처럼 경기를 풀어준다.
아본단자 감독도 “다른 선수들의 부상에 따라 레이나의 기용 방법을 바꾸고 있는데 기존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나 아포짓으로 들어가면 좋겠지만 팀을 위해 미들 블로커로 기용할 때가 있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고맙다. 팀을 앞에 놓고 자신을 뒤에 놓는 태도가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칭찬에 레이나는 놀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레이나는 “감독님에게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다.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굉장히 기쁘다”며 웃은 뒤 “내가 실수를 하거나 불안정할 때 감독님 지시에 따라 하면 안정감이 생긴다”고 고마워했다.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 레이나는 탄력을 이용한 공격력이 강점이다. 지난 4월 열린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7순위로 맨 마지막에 흥국생명 지명을 받았지만 시즌이 지나수록 리그 적응이 되면서 팀 기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즌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크리스마스 이브(24일) 정관장전부터 아웃사이드 히터로 들어가고 있다. 내가 원래 뛰었던 포지션이라 자신감을 갖고 움직였다”고 말한 레이나는 “코트에서 어떤 상황이 나올지 몰라 아포짓과 미들 블로커로도 항상 준비하고 있다. 싫다는 마음보다 팀이 어려울 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18년 데뷔 후 일본 슈퍼리그에서 4시즌을 뛰고 지난 시즌 핀란드 리그를 경험한 레이나는 이제 V-리그 배구 스타일이나 특성도 파악했다. 그는 “일본 리그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한국 배구에 대해 나쁜 의미로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어느 팀이든 외국인 선수에게 토스가 많이 가고, 대각에 있는 한국 선수들이 리시브를 하는 게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며 “훈련 강도는 우리 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많은 편이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월드 클래스’ 김연경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착한 언니”라고 김연경을 표현한 레이나는 “배구를 할 때는 잘하면 칭찬을 해주고, 실수를 하면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해줘서 플레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배구 외적으로도 같이 놀 수 있게 많이 도와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