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니(손흥민 애칭)가 호주에 져서 준우승하길 바란다. 그러면 정말 행복할 것."
엔지 포스테코글루(58)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주장 손흥민(31)을 향해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28일(이하 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가오는 아시안컵에 관한 질문을 받고, 유쾌한 농담으로 토트넘 스타 손흥민을 놀렸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내년 1월부터 한동안 토트넘을 떠난다. 곧 개막하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해야 하기 때문. 그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으로서 64년 만의 우승 트로피에 도전한다.
토트넘으로서는 너무나 치명적인 소식이다. 그는 리그 11골 4도움을 터트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활약 중이기 때문. 최근 3경기 연속골을 넣고 있는 히샬리송과 데얀 쿨루셉스키 등으로 어떻게든 손흥민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게다가 주장이 빠진다는 점도 뼈아프다. 토트넘은 이미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제임스 매디슨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여기서 손흥민까지 사라진다면 주장단 3명 중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경기장 위 리더가 없어지는 상황.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시안컵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하지 않고 농담까지 던지며 분위기를 바꿨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9일 열리는 2023-2024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브라이튼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아시안컵 중요성을 묻는 말에 "(8년 전에) 내가 우승한 거 알지?"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래서 나는 아시안컵 대회에 꽤 높은 순위를 매기고 있다. 난 그 대회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많은 유럽인들은 유로 대회가 꽤 중요하다고 여긴다. 글쎄, 그건 아시안컵이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손흥민의 우승을 빌어주진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조국인 호주도 아시안컵에 나서기 때문. 그는 결승에서 한국을 꺾고 우승했던 지난 2015년 대회를 떠올리며 "나는 쏘니가 또 호주에 져서 준우승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 난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웃었다.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두 경기를 치른다. 게다가 몇몇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이라며 "우리가 다른 모든 것에 그랬던 것처럼 도전할 것이다. 그냥 시작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15 아시안컵 당시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서 우승을 일궈냈다. 그는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연장 혈투 끝에 한국을 2-1로 꺾고 호주에 사상 첫 아시안컵 트로피를 안겼다.
당시 손흥민은 한국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부임 직후에도 손흥민과 아시안컵 인연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쏘니가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나를 상대로 골을 넣었기 때문에 인연이 있다. 우리는 우승을 1분 앞두고 있었는데 그가 골을 넣었다. 우리가 연장전에서 득점하며 이겼고, 쏘니에게 이미 그것을 용서했다고 말했다"라며 빙긋 웃었다.
손흥민 역시 호주 프리시즌 투어 도중 "개인적으로 나는 2015년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만난 적(아시안컵 결승)이 있다. 나는 그와 함께 팀을 정상으로 돌리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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