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1, 토트넘 홋스퍼)이 수많은 스타들을 제치고 2023년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은 26일(이하 한국시간) 2023년 프리미어리그(PL) 올해의 팀을 직접 선정해 공개했다. 매체는 4-4-2 포메이션에 맞춰 11명을 뽑았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이 3명씩 배출했다. 매체는 득점왕 엘링 홀란, 로드리, 카일 워커(이상 맨시티), 마르틴 외데고르, 데클란 라이스, 윌리엄 살리바(이상 아스날),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댄 번(뉴캐슬), 애즈리 콘사,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스톤 빌라), 손흥민을 베스트 11에 포함시켰다.
토트넘 선수로는 손흥민이 유일하다. 그는 이번 시즌 PL 18경기에서 10골 4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다. 토트넘도 한 경기 더 치른 3위 아스톤 빌라(승점 39)를 3점 차로 맹추격하며 상위권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1위 리버풀(승점 42)과도 6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ESPN은 "지난 8월 해리 케인이 8200만 파운드(약 1350억 원)의 이적료로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의문은 토트넘이 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던 선수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였다. 케인은 언제나 대체불가의 존재였지만, 그가 나간 뒤 손흥민이 한 단계 더 스텝업했다. 그의 골과 활약은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우승 경쟁에 불을 지피도록 도왔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매체는 "손흥민은 크리스마스 박싱데이 경기를 앞두고 이미 리그에서만 10골 4도움을 터트렸다. 그가 2023년 한 해 동안 PL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17골 8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2022-2023시즌은 토트넘과 손흥민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지 못했다.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시즌 도중에 결별하고도 8위로 시즌을 마쳤고, 유럽대항전 진출에도 실패했다. 콘테 감독이 팀과 선수단을 비난하고 떠나며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손흥민도 스포츠 탈장과 안와골절 수술 등 부상이 겹치며 고생했다. 게다가 콘테 감독 밑에서 수비적인 부담을 과도하게 떠안으며 골대에서 멀어졌다. 그는 수비적인 전술로 인해 마치 중앙 미드필더처럼 뛰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손흥민은 후반기 들어 조금씩 살아나며 리그 10골 6도움, 공식전 14골 6도움을 기록했다. 여느 선수라면 커리어 하이일 수도 있지만, 직전 시즌 리그 23골을 터트리며 득점왕을 거머쥐었던 손흥민이기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 그 역시 스스로 "실망스러운 시즌"이라고 자평했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새로 선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유럽 빅리그 경험이 없는 감독이기에 우려의 시선도 많았지만, 그는 포백 기반의 공격 축구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선발 명단도 과감하게 바꿨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에릭 다이어를 내치고 신입생 미키 반 더 벤을 중용했고, 데스티니 우도기와 굴리엘모 비카리오, 제임스 매디슨을 핵심 선수로 낙점했다. 콘테 감독 체제에서 외면받았던 파페 사르와 이브 비수마에게도 많은 기회를 줬다.
변화의 중심엔 손흥민이 있었다. 그는 개막을 앞두고 위고 요리스에게 주장 완장을 물려받으며 매디슨,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함께 주장단을 꾸렸다. 손흥민은 지난 1882년 토트넘이 창단된 이래로 비유럽 국적으로 주장직을 맡은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리고 손흥민은 뛰어난 리더십과 실력으로 토트넘을 이끌고 있다. 그는 지난 4라운드 번리전부터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하더니 펄펄 날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번리전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9월에만 6골을 쓸어 담으며 PL 9월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4번째이자 약 3년 만의 수상이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손흥민의 발끝은 10월에도 식지 않았다. 그는 풀럼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했고,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에서도 원샷원킬로 골망을 흔들며 결승골을 터트렸다.
다만 손흥민은 11월 열린 3경기에서 잠잠했다. 토트넘도 반 더 벤과 매디슨의 부상 이탈, 로메로의 퇴장 공백 등으로 흔들리며 3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손흥민은 맨시티 원정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팀의 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고, 12월 들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손흥민은 16라운드 뉴캐슬전부터 다시 왼쪽에 배치됐다. 치골 수술을 마치고 복귀한 히샬리송이 다시 최전방을 책임졌다. 제 자리로 돌아간 손흥민은 옛 친구 키어런 트리피어를 무너뜨리며 1골 2도움을 올렸고, 18라운드 에버튼전에서도 결승골을 터트리며 어느덧 리그 11골을 달성했다.
시즌 전 각오대로 '모두가 알고 있는 쏘니'로 완벽히 돌아온 손흥민이다. 이제 그는 29일 브라이튼전에서 리그 12호 골 사냥에 나선다. 만약 해트트릭을 터트린다면 득점 선두 홀란(14골)을 따라잡으며 공동 1위에 오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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