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 애슬래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담 기자 칼 안카는 26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 인수에도 당분간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자리를 지켜질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새로운 물결을 맞고 있다. '억만장자' 랫클리프 경이 구단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구단 운영권을 넘겨받게 됐다. 맨유는 2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랫클리프 이네오스(INEOS) 그룹 회장이 12억 5000만 파운드(약 2조 688억 원)를 투자해 구단 지분 25%를 인수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여전히 대주주로 남지만, 랫클리프 경이 구단 경영권을 넘겨받는다. PL 승인 절차에는 6주~8주가 걸릴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화학회사인 이네오스 그룹의 소유주인 랫클리프 경은 프랑스 OGC 니스와 포뮬러 1 메르세데스-벤치, 스위스 로잔FC 등 여러 스포츠 팀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랫클리프 경이 이전부터 원했던 맨유 경영권까지 쥐게 됐다. 오랫동안 '글레이저 아웃'을 외쳐온 맨유 팬들로서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
맨유는 너무나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에릭 텐 하흐 감독과 두 번째 시즌인 만큼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했지만, 중간 성적표는 처참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꼴찌로 16강 진출 실패, 카라바오컵 16강 탈락, 리그 성적 8위. 지난 시즌 거뒀던 리그 3위, 카라바오컵 우승과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이적시장에서 돈을 아낀 것도 아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여름 젊은 공격수 라스무스 회이룬을 비롯해 안드레 오나나, 메이슨 마운트, 소피앙 암라바트, 세르히오 레길론 등을 데려왔다. 회이룬과 오나나, 마운트 3명에게 쓴 돈만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맨유는 23일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PL) 18라운드에서도 웨스트햄 원정에서 0-2로 완패했다. 후반 들어 재러드 보웬과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어느덧 이번 시즌 13번째 패배다. 맨유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13번이나 패한 건 지난 1930년 이후 9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맨유는 PL에서만 8번이나 패했고, UCL 조별리그에서 4패, 카라바오컵에서 1패를 기록했다. 특히 UCL에선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에 무릎 꿇었다.
팀 분위기도 좋지 않다. 부진이 계속되면서 라커룸이 분열됐다는 소식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제이든 산초는 공개적으로 텐 하흐 감독에게 반기를 들면서 1군에서 완전히 제외된 상태다. 물론 텐 하흐 감독은 모든 불화설을 부인했다. 그는 선수단 내 충돌을 보도한 몇몇 언론사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장 출입 금지를 내리면서까지 분위기를 다잡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맨유 전설 앤디 콜도 선수단 내에 '두더지'가 있는 게 틀림없다며 분노할 정도로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4위 싸움은커녕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 싸움도 쉽지 않다. 현재 맨유는 승점 28점으로 4위 토트넘 홋스퍼(승점 36)와 격차가 벌써 8점까지 벌어졌다.
만약 다가오는 아스톤 빌라전에서도 패한다면 리그 19경기 만에 지난 시즌 리그 패배 기록(9패)을 따라잡게 된다. 영국 현지에서도 텐 하흐 감독의 입지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단 감독 본인은 부상이 부진의 문제라고 자신을 옹호하고 있다.
랫클리프 경은 구단 지분 25%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 인수까지 꿈꾸고 있다. 더 선에 따르면 그는 추후 글레이저가가 지분 매각을 원할 시 최우선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는 과반수 이상 지분 구매를 원했던 만큼, 맨유를 완전히 인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단 맨유는 텐 하흐 감독의 거취를 포함해 내부에서부터 여러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영국 '가디언'은 "랫클리프의 도착은 텐 하흐 감독의 미래를 조명하게 한다. 이네오스의 스포츠 디렉터인 데이브 브레일스포드 경은 구단 주요 인사들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그다음에 텐 하흐 감독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유의 구단주 변경은 구단 대개혁의 신호탄이 될 확률이 높다. 랫클리프 경이 사실상 구단주 지위를 가져가게 되면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단 이러한 구단주 변경이 직접적인 감독 변경으로 될 확률은 극히 희박한 상태다.
안카는 "체제 변경에도 텐 하흐 감독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가 맨유 감독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크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 제대로 된 대안이 없다"라면서 "그만큼 이전까지 맨유의 구단 운영은 엉망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맨유는 제 2의 알렉스 퍼거슨 경을 찾으려고 10년을 보냈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를 통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라면서 "맨유는 구단 체질 개선 대신에 퍼거슨 같은 위대한 유니콘을 쫓기 위해 엄청난 돈을 썼다"고 덧붙였다.
한편 랫클리프 경의 부임으로 인해 텐 하흐 감독은 직접적인 경질은 피했으나 앞으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안카는 "텐 하흐 감독이 다음 시즌도 남으려면 더 잘해야 한다. 랫클리프 경은 맨유의 체질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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