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25, KB스타즈)가 경기를 지배하고도 인터뷰에 응할 수 없었다.
청주 KB스타즈는 25일 청주체육관에서 개최된 ‘우리은행 우리WON 2023-24 여자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아산 우리은행을 73-61로 이겼다. 두 팀은 13승 2패로 공동 1위가 됐다. 맞대결에서는 KB스타즈가 우리은행에 2승 1패로 앞섰다.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는 경기당 19.7점, 16.4리바운드, 1.6블록슛을 올리며 모두 리그 1위다. 웬만한 외국선수가 뛰던 시절보다 팀내 비중이 더 높다. 박지수의 위력을 얼마나 떨어뜨릴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박지수는 어떤 전술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가 아니었다. 신체조건과 기술에서 완숙단계에 접어든 박지수는 2-3명이 붙어도 기어코 득점을 올렸다. KB스타즈의 첫 14점을 박지수 혼자서 책임졌다. KB스타즈가 14-10으로 리드를 잡았다.
김완수 감독은 1쿼터 후반 박지수의 쉬는 시간을 일찍 보장했다. KB스타즈가 한창 상승세인데 박지수를 쉬게 한 이유가 있었다. 알고 보니 박지수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박지수는 거친 몸싸움에 파울이 불리지 않자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난 시즌 공황장애로 뒤늦게 시즌에 합류했던 박지수다. 오랜 기간을 쉰 탓에 체력이 온전치 않았다. 비시즌 운동에 전념했지만 아직 정상은 아니다. 이날 박지수는 속공까지 가담하는 등 신장에 비해 스피드까지 빨랐다. 박지현이 박지수를 막아봤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박지수는 3쿼터까지 이미 21점, 13리바운드로 경기를 지배했다. 그나마 김완수 감독이 박지수에게 쉬는 시간을 많이 부여하면서 추격을 허용한 점수다. 박지수는 4쿼터 우리은행 추격에 재를 뿌리는 공격리바운드를 성공했다.
박지수는 최종 29점, 17리바운드, 3어시스트, 1블록슛을 폭격했다. 야투율이 62%에 공격리바운드 7개를 잡을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허예은까지 14점, 9어시스트로 합을 이뤘다. 우리은행은 박지현이 20점을 해줬지만 김단비가 4점으로 부진한 것이 뼈아팠다.
하지만 경기 후 수훈선수 박지수의 승리소감은 들을 수 없었다. 경기 후 박지수가 인터뷰 참석에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은 “(박) 지수가 작년에 공황장애가 있었다. 체력적으로 부치는 느낌이 있다. 오전에도 컨디션이 안 좋았고 초반에 빨리 뺀 부분이 있었다. 후반에 많이 뛰었다. 지수는 쉬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박지수는 아직 100%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지수가 모든 경기에 주축멤버로 부담을 갖고 있다. 늘 이기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내려놓으라고 이야기를 해도 코트 안에서 잊고 (열심히) 한다. 체력적 정신적인 부분도 크다. 공황장애를 겪어서 힘든 상황이 나올 것 같다. 앞으로도 조심해야 한다. 컨디션 조절도 잘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예은 역시 “지수 언니가 경기를 하다 보니 힘들어했다. 1쿼터 모든 득점을 뽑아내고 속공도 뛰면서 힘들어했다. 언니가 없을 때 (우리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더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며 박지수의 상태를 걱정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