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새로 태어날 수 있을까. 구단 지분 25%를 인수한 짐 랫클리프(71) 경이 칼을 빼 들기로 했다.
영국 '더 선'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랫클리프 경이 이끄는 맨유 혁명이 진행 중이다. 그는 클럽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로 결심했다"라며 "7명의 선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새로운 물결을 맞고 있다. '억만장자' 랫클리프 경이 구단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구단 운영권을 넘겨받게 된 것.
맨유는 25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랫클리프 이네오스(INEOS) 그룹 회장이 12억 5000만 파운드(약 2조 688억 원)를 투자해 구단 지분 25%를 인수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여전히 대주주로 남지만, 랫클리프 경이 구단 경영권을 넘겨받는다. PL 승인 절차에는 6주~8주가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화학회사인 이네오스 그룹은 프랑스 OGC 니스와 포뮬러 1 메르세데스-벤치, 스위스 로잔FC 등 여러 스포츠 팀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랫클리프 경이 이전부터 원했던 맨유 경영권까지 쥐게 됐다. 오랫동안 '글레이저 아웃'을 외쳐온 맨유 팬들로서는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
맨유는 너무나 시린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에릭 텐 하흐 감독과 두 번째 시즌인 만큼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했지만, 중간 성적표는 처참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꼴찌로 16강 진출 실패, 카라바오컵 16강 탈락, 리그 성적 8위. 지난 시즌 거뒀던 리그 3위, 카라바오컵 우승과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이적시장에서 돈을 아낀 것도 아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여름 젊은 공격수 라스무스 회이룬을 비롯해 안드레 오나나, 메이슨 마운트, 소피앙 암라바트, 세르히오 레길론 등을 데려왔다. 회이룬과 오나나, 마운트 3명에게 쓴 돈만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맨유는 23일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PL) 18라운드에서도 웨스트햄 원정에서 0-2로 완패했다. 후반 들어 재러드 보웬과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어느덧 이번 시즌 13번째 패배다. 맨유가 크리스마스 이전에 13번이나 패한 건 지난 1930년 이후 9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맨유는 PL에서만 8번이나 패했고, UCL 조별리그에서 4패, 카라바오컵에서 1패를 기록했다. 특히 UCL에선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에 무릎 꿇었다.
팀 분위기도 좋지 않다. 부진이 계속되면서 라커룸이 분열됐다는 소식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실제로 제이든 산초는 공개적으로 텐 하흐 감독에게 반기를 들면서 1군에서 완전히 제외된 상태다.
물론 텐 하흐 감독은 모든 불화설을 부인했다. 그는 선수단 내 충돌을 보도한 몇몇 언론사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장 출입 금지를 내리면서까지 분위기를 다잡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맨유 전설 앤디 콜도 선수단 내에 '두더지'가 있는 게 틀림없다며 분노할 정도로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4위 싸움은커녕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 싸움도 쉽지 않다. 현재 맨유는 승점 28점으로 4위 토트넘 홋스퍼(승점 36)와 격차가 벌써 8점까지 벌어졌다. 만약 다가오는 아스톤 빌라전에서도 패한다면 리그 19경기 만에 지난 시즌 리그 패배 기록(9패)을 따라잡게 된다.
영국 현지에서도 텐 하흐 감독의 입지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텐 하흐 감독은 웨스트햄전 패배 후 PL에서 다음으로 경질당하는 감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다음 빌라전에서 라커룸에 없을 것이란 소식은 나오지 않았지만, 도박사들은 그의 시간이 곧 끝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전했다.
많은 맨유 팬들이 랫클리프 경의 개혁을 바라는 이유다. 랫클리프 경 역시 의지가 크다. 그는 "로컬 보이이자 맨유를 평생 응원한 팬으로서 구단 운영을 위임받게 돼 매우 기쁘다"라며 "우리는 더 넓은 이네오스 스포츠 그룹에서 세계적 지식과 전문 지식 및 재능을 가져와 구단의 개선을 이끌고 올드 트래포드 투자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랫클리프 경은 "우리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여기에 왔으며 앞으로 많은 도전과 노력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다. 우리는 엄격하고 전문적이며 열정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며 "우리가 나눈 야망은 분명하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있어야 하는 곳으로, 잉글랜드와 유럽, 그리고 세계 축구 최고 위치에 있는 맨유를 다시 보고 싶어 한다"라고 다짐했다.
랫클리프 경은 구단 지분 25%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 인수까지 꿈꾸고 있다. 더 선에 따르면 그는 추후 글레이저가가 지분 매각을 원할 시 최우선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그는 과반수 이상 지분 구매를 원했던 만큼, 맨유를 완전히 인수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일단 맨유는 텐 하흐 감독의 거취를 포함해 내부에서부터 여러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영국 '가디언'은 "랫클리프의 도착은 텐 하흐 감독의 미래를 조명하게 한다. 이네오스의 스포츠 디렉터인 데이브 브레일스포드 경은 구단 주요 인사들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그다음에 텐 하흐 감독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단도 마찬가지다. 맨유는 공수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만큼 대대적인 개편을 피하기 어렵다. UCL 조별리그 6경기에서 무려 15실점을 내주며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기록을 세웠고, 리그 18경기에서 18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심지어 최근 4경기에선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더 선에 따르면 무려 7명이 살생부에 올랐다. 매체는 '캡틴'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비롯해 산초, 카세미루, 안토니, 해리 매과이어, 안드레 오나나, 라파엘 바란이 방출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산초는 모두가 예상한 이름이다. 그는 지난 9월 아스날전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한 뒤 텐 하흐 감독을 공개 저격했다. 당시 텐 하흐 감독은 산초가 훈련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제외됐다고 설명했지만, 그는 곧바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든 게 거짓말이라며 자신은 억울한 희생양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산초는 이후로도 사과를 거부하면서 3개월 넘도록 1군에서 추방된 상태다.
더 선은 월드클래스로 불렸던 바란과 카세미루도 정리 대상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바란은 최근 연이은 부상으로 고생했고,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뢰프, 조니 에반스에게도 밀리며 텐 하흐 감독과 불화설에 휩싸였다. 그는 맨유와 계약 기간도 내년 여름까지 인 것으로 알려졌기에 이적 가능성이 충분하다.
카세미루 역시 팀 내에서 최고 수준의 주급을 받고 있으나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비판받고 있다. 팬들 사이에선 그를 대신해 2005년생 코비 마이누를 기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중이다.
1억 유로(약 1434억 원)의 사나이 안토니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여름 텐 하흐 감독과 함께 아약스를 떠나 맨유에 합류했지만, 18개월 동안 8골 3도움에 그쳤다. 올 시즌엔 리그에서 공격 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오나나 역시 이번 시즌을 앞두고 5000만 유로(약 717억 원)의 이적료로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몇 번씩이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전임자 다비드 데 헤아보다 못하단 소리를 듣고 있다. 매과이어도 최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데다가 그간 부진이 워낙 길었기에 미래를 확신할 수 없다.
가장 충격적인 이름은 브루노다. 그는 지난 2020년 맨유로 이적한 뒤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에서만 3골 3도움을 올리며 팀 내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브루노는 주장답지 않게 경기장 위에서 자주 흥분하는 모습으로 비판을 사고 있다. 다이빙 행동이나 쓸데없는 반칙으로 경고를 받는 모습, 동료들을 말리기는커녕 먼저 평정심을 잃는 건 분명 문제다.
더 선은 "브루노는 2020년 1월 맨유에 합류한 뒤로 꾸준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무례한 태도는 그가 주장 완장을 내려놔야 한다는 많은 요구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몇몇 팬들은 그를 판매하길 원한다. 1월 이적시장에서 떠날 가능성은 낮지만, 다음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불가능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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