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여기까지일까. 위기의 에릭 텐 하흐(5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경질설에 휩싸였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는 24일(이하 한국시간) "텐 하흐 감독은 웨스트햄전에서 패배한 후 경질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맨유는 올 시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텐 하흐 감독과 두 번째 시즌인 만큼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꼴찌로 16강 진출 실패, 카라바오컵 16강 탈락, 리그 성적은 8위다. 지난 시즌 거뒀던 리그 3위, 카라바오컵 우승과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이적시장에서 돈을 아낀 것도 아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여름 젊은 공격수 라스무스 회이룬을 비롯해 안드레 오나나, 메이슨 마운트, 소피앙 암라바트, 세르히오 레길론 등을 데려왔다. 회이룬과 오나나, 마운트 3명에게 쓴 돈만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맨유는 23일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PL) 18라운드에서도 웨스트햄 원정에서 0-2로 완패했다. 후반 들어 재러드 보웬과 모하메드 쿠두스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어느덧 이번 시즌 13번째 패배다. 맨유는 PL에서만 8번이나 패했고, UCL 조별리그에서 4패, 카라바오컵에서 1패를 기록했다. 특히 UCL에선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에 밀렸기에 더욱 충격이 크다.
당장 다음 상대도 리그 3위 아스톤 빌라다. 만약 맨유가 빌라를 상대로도 무릎 꿇는다면 리그 19경기 만에 지난 시즌 리그 패배 기록(9패)을 따라잡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더 처지면 4위 싸움은커녕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 싸움도 쉽지 않다는 것. 맨유는 승점 28점으로 4위 토트넘 홋스퍼(승점 36)와 격차가 벌써 8점까지 벌어졌다. 맨유로서도 무언가 결단이 필요한 시점.
영국 현지에서도 텐 하흐 감독의 입지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브닝 스탠다드는 "텐 하흐 감독은 웨스트햄전 패배 후 PL에서 다음으로 경질당하는 감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다음 빌라전에서 라커룸에 없을 것이란 소식은 나오지 않았지만, 도박사들은 그의 시간이 곧 끝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전했다.
현재 맨유는 성적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도 좋지 않다. 제이든 산초는 공개적으로 텐 하흐 감독에게 반기를 든 뒤 1군에서 완전히 제외됐고, 라커룸이 분열됐다는 소식도 꾸준히 들려온다. 물론 텐 하흐 감독은 모두 부인 중이지만, 맨유 전설 앤디 콜은 선수단 내에 '두더지'가 있는 게 틀림없다며 분노했다.
여기에 구단 경영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맨유는 25일 "이네오스를 이끌고 있는 짐 랫클리프(71) 경이 12억 5000만 파운드(약 2조 688억 원)를 투자해 구단 지분 25%를 인수했다. 글레이저 가문이 여전히 대주주로 남지만, 랫클리프 경이 구단 경영권을 넘겨받는다. PL 승인 절차에는 6주~8주가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랫클리프가 사실상 구단 경영 전권을 부여받음으로써 텐 하흐 감독의 거취를 포함해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영국 '가디언'은 "랫클리프의 도착은 텐 하흐 감독의 미래를 조명하게 한다. 이네오스의 스포츠 디렉터인 데이브 브레일스포드 경은 구단 주요 인사들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그다음에 텐 하흐 감독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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