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35)이 홈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3라운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7, 25-20, 13-25, 25-21) 승리를 거뒀다.
3라운드 첫 경기까지 9연승을 달리며 리그 선두를 달렸던 흥국생명은 지난 4경기에서 3패를 당하며 2위로 주저앉았다. 올 시즌 처음으로 연패를 당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이날 6150명의 만원관중 앞에서 2연패를 끊어내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흥국생명(14승 4패 승점 39점)은 1위 현대건설(13승 5패 승점 41점)을 승점 2점차로 추격했다.
최근 페이스가 썩 좋지 않았던 김연경은 22득점(공격성공률 48.8%)을 기록하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끌었다. 옐레나(20득점), 레이나(10득점), 김수지(7득점), 이주아(5득점), 이원정(2득점)도 고르게 득점을 올리며 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김연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항상 미팅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하고 있다. 이기든 지든 준비는 비슷하게 열심히 한다. 최근에는 기복도 있고 컨디션 저하도 있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오늘은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삼산월드체육관에는 6150명의 관중이 입장해 흥국생명의 시즌 첫 홈경기 매진을 기록했다. 역대 홈경기 최다관중 기록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기운을 받았다. 나 스스로도 좋은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연경도 “너무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힘이 됐다. 선수들도 에너지를 느낀다. 덕분에 컨디션이 올라온 것 같다. 매경기 이렇게 와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김연경은 이날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흥국생명이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8-8 상황에서 연속득점을 올리며 10-8을 만든 김연경은 다음 오픈 공격에서는 메가의 블로킹에 막히고 말았다. 공격에 실패한 뒤 분을 참지 못한 김연경은 공을 코트에 강하게 때리면서 코트 밖으로 날려버렸다. 이후 다시 2연속 득점을 올리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공격 실패 이후 분한 감정을 그대로 내보인 김연경은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국내에서는 자기 감정을 표출하는게 어떻게 보면 안좋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카드가 안나오는 선에서는 자기 감정을 표출하는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계속 화가 나있다면 문제지만 빨리 풀리면 괜찮다”라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화를 분출한 뒤 오히려 경기 분위기를 흥국생명쪽으로 끌어온 김연경은 “내가 그런 모습을 보였을 때 다른 선수들도 더 집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속으로 앓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표출하는게 낫다”라면서 “사실 이런 행동을 했다고 말이 나오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감정이 충실한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연경의 말대로 김연경이 감정을 표출한 이후 흥국생명은 기세를 올리며 순식간에 승기를 잡았다. 김연경이 연속 득점을 올린 순간 경기장은 팬들의 엄청난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김연경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됐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