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명가’ 삼성화재의 암흑기가 끝이 보인다. 지난 시즌 7위 꼴찌였지만 올 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에 2위로 뛰어오르며 오랜만에 봄배구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2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대한항공과의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26-28, 25-21, 25-23, 27-25) 역전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가 올 시즌 최다 41점을 폭발했고, 김정호가 서브 에이스 3개 포함 14점으로 뒷받침했다.
1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아깝게 내줬지만 2세트 반격에 성공한 뒤 3세트를 잡았다. 3세트 중반까지 15-20으로 뒤져있었지만 김정호의 서브 타임 때 순식간에 6연속 득점을 휘몰아치며 역전했다. 4세트에도 대한항공의 거센 반격에 역전을 허용하며 세트 포인트 상황에 내몰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듀스 끝에 4세트를 재역전하면서 승점 3점을 가져갔다.
달라진 삼성화재의 힘을 보여준 경기였다. 코너에 몰리면 쉽게 주저앉았던 지난 시즌까지의 삼성화재가 아니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도 이날 경기 후 “어려운 상황에서 3세트를 잡은 게 승부처였다. 그대로 세트가 넘어갔으면 어려웠을 텐데 선수들의 하려고 하는 의지와 여러 가지 집중력이 좋았다. 앞으로 더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상대팀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도 “3세트에 우리가 리드하면서 이길 기회가 있었지만 상대팀 분위기를 살려줬다. 미친듯이 싸우더라. 승리를 축하해줘야 한다”며 삼성화재의 경기력을 인정했다.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승점 3점을 추가한 삼성화재는 13승5패로 승점 34점이 되며 2위를 지켰다. 1위 우리카드(13승4패·36점)와도 2점 차이. 시즌 전에는 약체, 꼴찌 후보로 평가됐지만 1라운드에서 5승1패 승점 14점으로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삼성화재는 2라운드 들어 3승3패 승점 7점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3라운드에 다시 5승1패 승점 13점으로 반등하며 선두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시즌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삼성화재가 2위까지 오를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김상우 감독도 몰랐다. 김 감독은 “시즌 전만 해도 이런 성적을 생각 못했다. 선수층이 얇고, 어렵게 운영되는 상황이지만 호락호락하게 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쉽게 이길 팀도, 질 팀도 없는 생각으로 덤벼온 게 지금까지 잘 된 것 같다”며 “1라운드 첫 경기 우리카드한테 지고 나서 강팀(대한항공·현대캐피탈)들을 만난 일정이었다. 첫 3경기를 다 지면 올해도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2~3번째 경기를 잡으면서 탄력이 붙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부임 두 번째 시즌을 맞아 세터 노재욱, 쌍포 요스바니-김정호, 미들 블로거 김준우, 리베로 이상욱을 주전으로 팀을 세팅했다. 강서브를 앞세운 공격적인 팀컬러로 선수단에 내제된 패배 의식을 완전히 걷어냈다. 풀세트 경기에서 5전 전승을 거두는 등 접전 상황을 견디는 힘이 생겼다. 신인 세터 이재현, 2년차 리베로 안지원 등 어린 선수들까지 폭넓게 활용하며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22일에는 아웃사이드 히터 유망주 박성진을 OK금융그룹에 내주고 미들 블로커 전진선을 받는 트레이드로 중앙 높이를 보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