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과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가 사이좋게 같이 2023년 최고 골잡이로서 우뚝 설 수 있을까? 아니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나스르)와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이 반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까?
2023 세계 축구 득점왕 각축전이 참으로 볼 만하게 펼쳐지고 있다. 과연 누가 마지막 한 점을 찍고 으뜸의 골잡이 영광을 품에 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다. 채 열흘밖에 남지 않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 누구라고 최종 주인공을 단언할 수 없는 각축전은 억제하기 힘든 흥분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일단은 네 명의 빼어난 월드 스타 골잡이의 겨룸으로 좁혀진 모양새다. 유럽 빅리그를 주름잡는 3인 - 케인(독일 분데스리가), 음바페(프랑스 리그 1), 홀란(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이 벌이는 격전의 소용돌이에, 아시아로 활동 무대를 옮긴 호날두(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가 뛰어들어 더욱 거세진 격랑을 일으킨 양상이다.
지난 21일(이하 현지 시각) 현재, 케인과 음바페(이상 52골)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호날두와 홀란(이상 50골)은 그 뒤를 쫓고 있다. 케인과 음바페가 두 걸음 앞서며 조심스레 2023 최다골 타이틀 쟁취를 넘보는 상황으로, 득점왕 레이스가 전개되고 있다.
묘하게도 득점왕 각축전에 대단한 활기를 불어넣은 4인방 모두 50골 이상을 터뜨렸다. 금세기 들어 4명 이상 50골 고지를 밟은 해는 올해까지 네 번 연출됐다(표 참조).
레이스 끝난 케인과 음바페 두 골 차 선두… 3경기 남긴 호날두와 홀란 역전 별러
지난 20일, 음바페는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리고 그날, 스스로 뜻깊은 발자취를 수놓았다. 홈(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치른 메스전에서, 결승 득점을 비롯해 2골의 ‘자축포’를 터뜨렸다(3-1 승리). 음바페는 이에 힘입어 호날두와 홀란과 함께 이룬 2위 무리에서 벗어나 선두로 뛰어오르며 케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케인은 하마터면 음바페에 맨 윗자리를 내줄 뻔했다. 하지만 케인도 같은 날 1골을 뽑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VfL 볼프스부르크 안방(폭스바겐 아레나)으로 찾아가 겨룬 한판에서, 추가골을 잡아내며 승리(2-1)의 디딤돌을 놓았다.
케인은 6년 만에 50골 고지를 되밟으며 아울러 연간 득점왕 등극을 눈앞에 뒀다. EPL 토트넘 홋스퍼에 둥지를 틀었던 시절인 2017년, 56골을 터뜨리며 한 해 최고 골잡이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음바페는 생애 처음 연간 50골 고지에 발을 들여놓았다. 더불어 50골 고지-득점왕 클럽 가입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에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호시탐탐 역전을 노리는 호날두와 홀란이 아직 레이스를 끝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날두와 홀란은 올해 마지막 날까지 각각 3경기씩을 남긴 상태다. 호날두는 사우디 프로페셔널리그 3경기를, 홀란은 2023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1경기(결승 플루미넨시전)와 EPL 2경기를 각기 남겨 놓았다.
21세기에, 연간 50골 고지 등정이 이뤄진 해는 여덟 번 있었다. 그중 2017년엔, 케인을 비롯해 무려 5명이 등정의 감격을 누렸다. 4명이 밟은 해는 세 번(2012·2016·2023), 3명이 올라선 해는 네 번(2002·2011·2014·2019년) 있었다.
50골 고지 개인 최다 등정 기록은 ‘신계의 사나이’로서 ‘영원한 맞수’인 세계 축구의 양웅(兩雄)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와 호날두가 세운 6회였다. 둘은 연간 득점왕 타이틀 획득도 나란히 2회씩으로 으뜸이었다.
홀란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홀란보다 호날두가 역전을 연출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인다. 게다가 호날두에겐, 아무래도 유럽에 비해 긴박감이 떨어지는 자국 리그를 남겨 놓았다는 이점이 뒤따른다.
이래저래 마지막 하루까지 시선을 떼려야 뗄 수 없는 2023 득점왕 각축전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