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나이' 크리스티안 에릭센(3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톰 로키어(29, 루턴 타운)에게 따뜻한 응원과 조언을 건넸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에릭센은 경기 도중 심장 문제로 쓰러진 로키어에게 조언을 해줬다. 그 역시 경기장 위에서 심장 마비를 겪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로키어는 지난 17일 본머스와 경기를 펼치던 도중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 그는 양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후반 13분, 별다른 충돌 없이 갑자기 중앙선 부근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주심이 이를 빠르게 확인한 뒤 휘슬을 불었고, 의료진이 달려왔다.
로키어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고, 경기는 약 30분 뒤 완전히 중단됐다. 루턴 팬들은 로키어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을 보냈고, 본머스 팬들도 박수로 격려했다. 롭 에드워즈 루턴 감독은 눈시울을 붉힌 채 경기장을 돌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걱정해 준 관중들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다행히도 로키어는 빠르게 의식을 되찾았다. 루턴 구단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주장 로키어는 경기장 위에서 심장마비를 겪었지만, 들것에 실렸을 때부터 신체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기장 안에서 추가 치료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안정을 찾았고, 현재 가족들과 함께 있으며 추가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로키어는 벌써 두 번이나 경기장 위에서 심장 문제로 쓰러진 만큼, 완전히 은퇴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코번트리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부정맥으로 의식을 잃었다.
당시 로키어는 경기 시작 8분 만에 쓰러져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금방 깨어나긴 했지만,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침대에서 동료들의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를 지켜봤다. 의료진은 로키어가 심장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이후 로키어는 땅에 부딪힌 기억이 없다면서도 "복귀하자마자 괜찮아졌다. 나는 실제로 위험을 느끼지 못했고, 보는 것만큼 나쁘지도 않았다"라며 "수술을 받았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모든 걸 끝냈다. 이제는 계속 나아가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로키어는 7개월 만에 또 심장 문제로 위기를 맞았다. 이제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 자칫하면 생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 애슬레틱'은 "심장 문제는 스포츠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의 연구에 따르면 운동선수는 일반인에 비해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경험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사례들을 고려하면 축구 선수가 경기 도중 쓰러지는 모습은 항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문제를 겪었던 에릭센이 로키어에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그 역시 지난 2021년 유럽축구연맹 유로 2020 핀란드전 도중 심정지로 쓰러졌다. 다행히 그는 심장 제세동기를 달고 피치로 돌아오며 큰 감동을 줬고, 브렌트포드를 거쳐 맨유에서 뛰고 있다.
에릭센은 '벳프레드'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로키어가 괜찮기를 바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읽었고, 봤다. 그가 괜찮기를, 건강하게 천천히 시간을 갖기를, 그의 가족들이 그를 돕기 위해 옆에 있기를 바란다. 그에게 행운을 빈다"라고 말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귀중한 조언도 건넸다. 에릭센은 "그에게 해줄 조언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라는 것이다. 의사들이 당신에게 다른 일을 하라고 하면 그 말을 존중하고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에릭센은 "당신을 붙잡을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의사 소견이 어떤지, 그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달려있다. 로키어는 가족과 함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천천히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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