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괴물' 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독일 언론이 벌써 걱정에 빠졌다.
스포르트1은 19일(이하 한국시간) "김민재도 곧 사라질 것 같다. 시즌이 갈수록 바이에른 뮌헨은 불가피하게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다른 많은 팀들과 마찬가지로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팀에 문제를 안겨준다"라며 우려했다.
김민재는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지난여름 나폴리를 떠나 독일 무대에 입성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사실 김민재는 지난 시즌까지 호흡을 맞췄던 다요 우파메카노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우파메카노와 더 리흐트가 번갈아 다치면서 김민재는 쉴 새 없이 뛰어야 했다. 주전 경쟁이 문제가 아니라 혹사 논란에 휩싸일 정도였다.
다만 최근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김민재는 지나친 강행군을 소화한 탓인지 조금씩 실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박한 평가를 내리던 독일 매체들은 기대 이하의 모습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걱정도 이어졌다. 'TZ'는 "김민재는 A매치 기간마다 세계 절반을 여행한다. 그는 비행기로 20000km 넘게 이동한다. 엄청난 피로가 쌓여가고 있고, 흔적이 남고 있다. 그는 11월 A매치 휴식기가 끝나면 쾰른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옥 같은 일정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민재는 결국 부상으로 쉬어가야만 했다. 그는 지난달 쾰른전에서 고관절 부위에 타박상을 입었고, 이후 팀 훈련에 불참했다. 코펜하겐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도 결장했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첫 휴식이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폭설까지 겹치면서 휴식이 길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2일 우니온 베를린과 홈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엄청난 폭설로 경기가 내년 1월 24일로 연기됐다. 그 덕분에 김민재는 강제로 일주일을 더 기다리며 2주간 쉬게 됐다.
김민재는 지난 9일 프랑크푸르트 원정에서 돌아왔다. 하지만 결과는 1-5 대패, 최악의 복귀전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누사르 마즈라위와 다요 우파메카노 등 오른쪽 수비가 크게 흔들리면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올 시즌 첫 패배이자 최다 실점 경기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12분 마즈라위의 실수로 오마르 마르무시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이후로도 에릭 에빔베, 휴고 라르손에게 연달아 실점하며 전반에만 3골을 얻어맞았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들어 에빔베와 크나우프에게 한 골씩 더 허용하며 무릎 꿇었다. 김민재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넓은 뒷공간을 커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민재도 책임을 피할 순 없었다. 그 역시 상대 공격수와 경합 도중 잘못된 판단으로 공을 내주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전반 23분 받은 경고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는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역습을 막으려다가 옐로카드를 받은 뒤 평소보다 소극적으로 수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한 경기 만에 모든 비판을 털어냈다. 그는 18일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의심의 눈초리를 지웠다. 김민재는 경기 내내 한발 빠른 예측 수비와 적극적인 압박, 빠른 공간 커버로 슈투트가르트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슈투트가르트는 분데스리가 득점 2위(16골)를 달리고 있는 세루 기라시와 리그 8골을 기록 중인 데니스 운다브를 앞세워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모두 김민재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둘 다 유효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은 또 한 번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며 리그 최다 클린시트(7경기)를 이어갔다.
공격에서도 폭발했다. 김민재는 후반 18분 알렉산드르 파블로비치가 올려준 코너킥을 뛰어들며 헤더로 연결했다. 공은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대로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 데뷔골이 됐다.
사실 멀티골도 가능했다. 김민재는 전반 24분에도 파블로비치의 프리킥을 머리에 맞추며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VAR) 결함으로 아쉽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일부 카메라가 고장나면서 오프사이드인지 아닌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 후 최고의 경기를 펼친 김민재다. 스포르트 1도 "괴물이 살아난다. 김민재는 슈투트가르트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며 바이에른 뮌헨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라며 "신입생 김민재는 일주일 전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슈투르가르트와 중요한 상위권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의심하는 이들을 침묵시켰다"라고 칭찬했다.
이어 매체는 "김민재는 타협하지 않고, 치명적으로 위협적인 선수다. 그는 데뷔 초부터 괴물로 불려 왔으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더와 파이터로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상대 골문 앞에서 능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김민재야말로 바이에른 뮌헨에 필요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매체는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는 지난 몇 주간 반복적으로 비난받았다. 특히 나폴리에서 5000만 유로(약 714억 원)로 데려온 김민재는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과연 마침내 괴물이 살아나면서 바이에른 뮌헨이 절실히 필요로 했던 전투적인 리더가 될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민재는 한동안 바이에른 뮌헨을 떠날 예정이다. 내년 1월 중순부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이 열리기 때문.
아시안컵은 무조건 차출에 응해야 하는 대회이기에 바이에른 뮌헨으로서는 김민재를 내줄 수밖에 없다. 만약 한국이 결승에 오른다면 그는 최대 한 달이 넘도록 자리를 비우게 된다.
스포르트 1은 "김민재는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 그는 리그 선두 레버쿠젠을 추격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둥이 될 다음 기회를 얻었다"라면서도 "그는 내년 1월 12일부터 한국 대표팀과 함께 아시안컵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바이에른 뮌헨이 치르는 모든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떠나지도 않았지만, 벌써 그리움에 빠졌다. 매체는 "(김민재 공백은) 슈투트가르트전 활약을 고려하면 쓰라린 손실이다. 특히 선수단에는 명목상의 중앙 수비수 4명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괴물이 살아났지만, 잠시 떠나야 한다. 동료들과 팬, 코칭스태프 모두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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