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27, 바이에른 뮌헨)를 바라보는 현지 분위기가 급변했다. 혹평이 호평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독일 '스포르트1'은 19일(이하 한국시간) "괴물이 살아난다. 김민재는 슈투트가르트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며 바이에른 뮌헨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 그는 진정한 수비수로 발전하고 있는가?”라는 글로 최근 경기에서 제몫을 해낸 김민재를 집중 조명했다.
‘스포르트1'은 “김민재는 일주일 전 혹평에 시달렸다. 그러나 슈투르가르트와 중요한 상위권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의심하는 이들을 조용히 시켰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지난 18일 치러진 슈투트가르트와의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5라운드 홈 경기(뮌헨 3-0 승)에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다요 우파메카노와 함께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공수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데뷔골’을 뽑아낸 것은 압권이었다.
‘스포르트1'은 “바이에른 뮌헨이 3번째 골을 터트리는 순간 김민재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가 그의 머리를 향해 완벽한 코너킥을 배달했다"라며 "수비에 맞고 굴절된 공은 골키퍼가 막을 수 없게 골문 안으로 날아갔다. 이는 김민재의 흠잡을 데 없는 활약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리고 김민재는 감정이 폭발했다"라고 강조했다.
슈투트가르트 경기가 열리기 직전 김민재는 좋지 못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일 프랑크푸르트 원정(1-5 패)에서 뮌헨은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졌는데, 이때 김민재가 수비에서 제 역할을 못했단 이유에서다.
프랑크푸르트전 대패는 올 시즌 뮌헨의 첫 패배이자 최다 실점 경기였다.
김민재에겐 최악의 복귀전이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쾰른전에서 상대 공격수와 충돌 후 떨어지면서 엉덩이에 타박상을 입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코펜하겐전에서 휴식을 취했다. 당시 뮌헨은 김민재 대신 레온 고레츠카를 센터백으로 기용했다.
예기치 못한 폭설까지 겹치면서 김민재는 더 긴 휴식기를 가졌다. 뮌헨은 지난 2일 우니온 베를린과 홈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엄청난 폭설로 경기가 내년 1월 24일로 연기됐다. 그 덕분에 김민재는 강제로 일주일을 더 기다리며 2주간 쉬게 됐다.
혹사 논란에 시달리던 김민재가 모처럼 쉬고 돌아오기에 더 완벽해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9일 프랑크푸르트전 김민재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김민재는 상대 공격수와 경합 도중 잘못된 판단으로 공을 내주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이른 시간 받은 경고 역시 두고두고 아쉬웠다. 김민재는 전반 23분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역습을 막으려다가 반칙을 저질렀다. 뚫렸다면 바로 넓은 뒷공간을 허용할 수 있는 장면이었기에 곧바로 옐로카드가 나왔다. 이후 김민재는 경고를 의식한 듯 평소보다 소극적으로 수비하며 빈틈을 보였다.
경기 후 김민재는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매체로부터 최하점인 평점 5점을 받았다.
독일 '아벤트 자이퉁'은 "김민재는 2주간 휴식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복귀는 전혀 순조롭지 않았다. 전반 23분 경고를 받은 뒤 크나우프와 대결에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웠고, 안일했다. 몇 미터나 앞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다"라고 지적했다. 'TZ'도 "계속해서 경고 누적 퇴장, 다이렉트 퇴장 위험에 처해 있었다. 다른 동료들처럼 허우적댔다"라고 쓴소리 했다.
오랜만의 휴식이 오히려 독이 된 듯 보였다. 전설 로타어 마테우스는 "뮌헨의 1-5대패 결과를 라디오로 들었다. 팀 이름을 헷갈려서 잘못 말한 줄 알았다"라며 "뮌헨은 경기 리듬이 없어서 좋지 않았다. 이번 휴식은 오히려 핸디캡이 됐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김민재는 1경기 만에 돌아왔다. 슈투트가르트전에서 ‘데뷔골’ 활약을 펼치며 호평을 이끌어 냈다.
슈투트가르트전에서 김민재는 90분 동안 1골, 패스 성공률 93%(39/42), 드리블 성공 1회, 롱패스 성공 1회, 태클 성공 1회, 걷어내기 6회, 가로채기 6회, 공 소유권 회복 6회 등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그에게 평점 8.6점을 줬다. '소파 스코어'는 8.2점으로 양 팀 선수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김민재는 ‘겹경사’를 맞았다. 19일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김민재가 2023-2024 15라운드 베스트 11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3-5-2 포메이션으로 구성된 베스트 11에서 김민재는 수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올 시즌 직전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는 분데스리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베스트11에 선정됐다.
‘뮌헨 동료’ 왼쪽 풀백 알폰소 데이비스와 공격수 해리 케인도 함께 뽑혔다.
"괴물이 살아난다”며 다시 이름값을 하기 시작한 김민재를 소개한 ‘스포르트1’은 "그는 치명적으로 위협적인 선수다. 데뷔 초부터 괴물로 불려왔으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더와 파이터로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상대 골문 앞에서 능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극찬했다.
더불어 "슈투트가르트 선수들이 위험한 지역에 침투하면 그곳엔 '한국의 모서리(김민재)'가 기다리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스포르트1'은 "뮌헨의 괴물이 깨어났는가? 뮌헨의 수비는 지난 몇 주간 반복적으로 비난받았다. 특히 나폴리에서 5000만 유로(약 714억 원)의 이적료로 데려온 김민재는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침내 살아난 괴물(김민재)이 뮌헨이 절실히 필요로 했던 전투적인 리더가 될 수 있을까?"라고 기대를 걸었다. /jinju217@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바이에른 뮌헨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