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많은 게 바뀌었다. 함께 사우나를 즐기던 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과 구보 다케후사(22, 레알 소시에다드)가 '별들의 무대'에서 적으로 만난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18일(한국시간) 스위스 니옹에서 2023-202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대진 추첨식을 열었다. 조별리그에서 각 조 1위, 2위에 오른 16개 팀이 8강 진출을 두고 경쟁을 펼친다.
조 1위였던 1번 시드와 조 2위였던 2번 시드가 맞대결을 치르며, 같은 국적 축구협회에 소속된 팀끼리는 16강에서 만날 수 없다.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했던 팀끼리도 마찬가지다.
'죽음의 조'에 속했던 PSG도 16강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PSG는 도르트문트, AC 밀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F조 2위에 올랐다. 3위 AC 밀란과 승점은 같았지만, 맞대결 골득실에서 앞서며 가까스로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1위는 도르트문트였다.
이제 PSG의 다음 상대는 스페인 강호 소시에다드다. 소시에다드는 D조에서 인터 밀란과 벤피카, 잘츠부르크를 누르고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올라왔다.
PSG로서는 최고의 대진이다. 소시에다드는 다른 조 1위 팀인 바이에른 뮌헨, 아스날, 레알 마드리드, 소시에다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FC 바르셀로나 등에 비하면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밀린다. 프랑스 '레퀴프' 역시 "가장 적당한 상대를 만났다. (승리를) 보장할 순 없지만,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 덕분에 예기치 못한 한일전이 성사됐다. 각각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미래로 기대받는 '절친' 이강인과 구보가 만나게 된 것.
이강인과 구보는 어릴 적부터 스페인 무대에서 축구를 배웠고, 한 팀에서 뛰기도 했다. 둘은 지난 2021-2022시즌 마요르카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우정을 쌓았다. 소셜 미디어에 함께 사우나를 즐기는 사진을 공개하며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선수의 짧은 인연은 구보가 2022년 여름 마요르카를 떠나면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강인과 구보는 이후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는 등 우정을 이어갔다. 구보는 마요르카 시절 함께 찍었던 사진과 함께 '생일 축하해요 Hermano(형제)'라고 한글로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강인과 구보는 지난 1월 각각 마요르카와 소시에다드 유니폼을 입고 코파델레이 16강에서 적으로 만났다. 당시 이강인은 선발 출전했고, 구보가 교체로 나서면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후 이강인이 프랑스 무대로 이적하면서 더 이상 둘의 만남을 보기 어려울 줄 알았지만, 둘은 더 큰 무대인 UCL 16강에서 마주하게 됐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만큼, 부상 등의 변수만 없다면 선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은 PSG에서 최근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면서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시즌 초반엔 부상과 아시안게임 등으로 자리를 비우며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10월 A매치 이후부터는 2골 1도움을 터트리며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보도 소시에다드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그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9골 4도움을 올리며 구단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이번 시즌에도 리그 6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구보는 지난 10월엔 생애 최초로 라리가 이달의 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이강인과 구보도 오랜만의 맞대결을 기대 중인 눈치다. 구보는 소셜 미디어에 빠르게 PSG와 대진을 올리면서 이강인을 태그했고, 이강인도 이를 그대로 공유하면서 화답했다.
한편 둘은 UCL 16강 1차전에 앞서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먼저 만날 수도 있다. 이강인과 구보는 각각 한국 대표팀과 일본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만큼, 아시안컵 출전도 확정적이다. 한국과 일본은 대진표에 따라 결승에서 만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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