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는 1985년 2월 5일생이다. 만으로, 38세 10개월을 훌쩍 넘었다. 며칠 후면 우리 나이로, 불혹(不惑:40세)이다. 일반적으로, 축구 선수로선 전성기를 훨씬 지난 행년(行年)이다. 축구계에선, 이 정도면 ‘할아버지뻘’로 통한다.
그런데 호날두에겐, 나이는 그저 숫자인가 보다.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의욕이나 기력이 점점 좋아지는 듯한 몸놀림마저 엿보인다. 그야말로 “나이야, 물러가거라!”라고 외치듯 식지 않는 ‘축구 열정’을 불사른다. 단순한 노병(老兵)이 아니다. 두려움까지 자아내는 노익장(老益壯)이다.
한 해의 끝자락이다.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해의 마지막 날을 며칠 앞두고, 호날두가 또 하나의 새 역사를 썼다. 세월의 흐름에 굴하지 않고 새 지경에 내디딘 발걸음은 최고령 한 해 A매치 두 자릿수 득점이다. 이제껏 그 누구도 들어서지 못했던 38세 고지를 거뜬히 돌파했다(표 참조).
더구나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기록을 넘어섰다. 그것도 한꺼번에 두 살씩이나 능가했다. 이 정도면 그에게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일단은 갈채를 보내야 하지 않나 싶다.
호날두, 자신이 갖고 있던 기록 2년씩이나 더 늘려… ‘영원한 맞수’ 메시는 4위에 머물러
득점에 관한 한, 호날두는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가공할 득점력은 해가 가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득점에 관한 각종 기록을 양산하며 세계 축구계에서 떨치는 맹위는 여전하다. 역시,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CF)와 더불어 ‘신계의 사나이’다.
2023년 한 해, 호날두는 ‘아 셀레캉(A Selecção: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별칭)’ 주장으로서 한결같은 골 사냥 솜씨를 뽐냈다.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 예선에서 10골을 터뜨려 포르투갈을 조(J) 1위(10승·승점 30)로 이끌며 독일 본선 무대에 올려놓았다.
경기당 1골 이상을 뽑아낸 득점 파워는 더욱 놀라워 눈길을 사로잡았다. 9경기에서 10골로, 경기당 평균 1.11골을 잡아냈다.
호날두는 예선 득점 레이스 2위에 자리할 만치 빼어난 득점 감각을 자랑했다. 1위는 로멜루 루카쿠(벨기에·14골)였다. 30세로 연부역강한 루카쿠가 전성기를 누리는 점을 감안하면, 여덟 살이나 더 많은 호날두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참고로, 루카쿠는 최고령 한 해 두 자릿수 득점 기록 부문에서, 10위권 내에도 들지 못한다.
이 부문 역대 2위의 주인공도 다름 아닌 호날두였다. 2021년 14경기에서 13골을 수확했다. 이해 경기당 평균 0.93골이었으니, 오히려 2년이 지났는데도 득점력이 더 나아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호날두는 국가대표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역대 A매치 최다 출장(205경기) 기록과 함께 A매치 통산 최다 득점(128골) 기록에서도, 가장 앞을 달린다. 2003년에 아 셀레캉에 발탁된 뒤 만 20년 동안 줄곧 눈부신 발자취를 아로새겨 왔다.
3위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던 아시아인 알리 다에이(이란)가 차지했다. 2004년에 35세로, 16경기에서 17골을 뽑아냈다. 경기당 평균 1.06골이었다.
다에이와 메시의 순위는 날짜 수로 갈렸다. 35세 284일의 다에이가 35세 190일의 메시보다 94일 더 많았다.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가 발표한 이번 기록 자료에서, 나이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2024년 용의 해(甲辰年)에, 호날두는 불혹을 맞이한다. 과연 호날두는 지금의 기세를 잃지 않고 변함없이 세계 축구 마당에서 용틀임할 수 있을까?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